[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으로 예상되는 우리 자동차 업계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유예해 달라고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1일 재계에 따르면 허창수 회장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지난달 16일(현지 시각) 통과된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관련해 한국 자동차 업계가 볼 피해에 대한 우려 표명과 함께 차별적 조처 면제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허 회장은 서한에서 "이번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하나로 북미 외 지역에서 조립된 전기차는 세금 공제에서 제외돼 이전에 세금 공제를 받을 수 있었던 72개의 전기차 모델의 약 70%가 미국 소비자에게 더 비싸지며, 공급 부족을 초래한다"며 "결과적으로 초기 단계인 전기차 시장의 발전을 저해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동맹국인 한국, 유럽, 일본의 어려움이 예상된다"면서 "이는 동맹 지역의 긴밀한 협력과 경제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우크라이나 전쟁, 이란 핵 비확산 등 글로벌 이슈를 함께 해결해 나가려는 단결에도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한국의 자동차 기업은 내년 조지아주 사바나 외곽 지역에 전기차 제조 공장 건설 계획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처럼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50%~52% 감축이란 미국의 탄소 절감 목표 달성에 이바지하고, 대규모 투자와 새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인해 차별적인 처우를 받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호소했다. 이어 "한국의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한미FTA 정신과 WTO 보조금 원칙에 어긋나는 처우를 유예받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난 5월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 동맹을 '공유된 희생 위에 세워진 동맹'으로 칭했고, 한국은 동맹국이자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창립 멤버로서 인도-태평양을 비롯한 미국의 글로벌 비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동맹국과 파트너들에 대한 공정한 처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6일(현지 시각) 백악관 스테이트 다이닝룸에서 기후 변화 대응과 의료 보장 확충 등의 내용이 담긴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기후 변화 대응 등에 7400억달러(약 1000조원)를 지출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만 세금 공제 혜택을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자동차산업연합회는 현재 미국에서 판매 중인 한국산 전기차가 대당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혜택에서 제외되고, 이에 따른 가격 경쟁력 저하로 연간 10만대 이상의 수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전경련은 이번 서한을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국무부, 상무부, 재무부, 환경부, 에너지부 등 주요 5개 부처, 미국 의회 상·하원 의원, 미셸 박 스틸, 영 김 등 한국계 하원의원 4인, 조지아, 알라바마, 미시간을 비롯한 한국 기업 대규모 투자 주의 주지사와 주의회 의원 등 주요 인사에게 모두 발송해 총력전을 펼쳤다.
또 전경련은 앞으로도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관련해 양국 경제계 간 최고위급 회의체인 한미재계회의 플랫폼을 활용해 미국상공회의소 등 현지 경제계와도 공동으로 대응해 나갈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다음 달 서울에서 전경련과 미국상공회의소 공동 주최로 열리는 한미재계회의 총회에서 한국이 입을 피해 최소화를 위해 공동성명서 발표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이번 34차 총회는 코로나19 발발 이후 3년 만의 첫 대면 회의로 양국 고위급 정부 인사와 기업인을 초청해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경제 안보, IPEF, 칩(Chip)4, 한미통화스왑 등 최신 현안에 대해 논의한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