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24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이재명 당시 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묵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일 1박2일 일정으로 당의 심장부인 광주를 찾았다. 민생 중심 당 운영을 천명한 상황에서 최근 당을 외면하고 있는 성난 호남민심 달래기를 최우선으로 고려한 행보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정기회 개회식에 참석한 뒤 광주로 내려가 오후 7시30분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더 나은 민주당' 만들기 타운홀 미팅을 진행한다. 당원과 시민 누구나 참석이 가능하다고 사전 공지해 지역 당원·시민들이 바라본 민주당의 문제점을 허심탄회하게 경청하는 시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날 오전 당 지도부들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최고위원 회의를 주재한다. 회의를 마친 뒤 국내 최대 규모 전통시장인 양동시장을 찾아 지역 바닥 민심까지 살필 예정이다.
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광주 합동연설회가 열린 지난달 21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이재명 딩시 당대표 후보가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당대표 취임 후 첫 지역 행보로 당의 안방인 호남을 선택했다. 취임 당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하기 위해 경남 양산을 찾기는 했지만, 이는 순수 예방 차원으로 경남 지역 행사는 없었다. 때문에 이번 광주행이 실질적인 지방행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지난해 10월 대선 후보로 확정된 후에도 광주를 첫 지역 방문지로 선택한 바 있다.
이 대표의 이번 광주 방문은 최근 호남 민심이 예사롭지 않다는 판단에 근거한다. 지난 8·28 전당대회 투표율만 봐도 그렇다. 호남지역 권리당원 평균 투표율은 35.49%로 전국 평균 투표율(37.09%)에도 못 비쳤고, 온라인 투표율의 경우 광주 18.18%, 전남 16.76%, 전북 17.20%로, 앞서 진행된 전국 15개 광역시·도 가운데 최저 수준이었다. 호남 출신으로 지역 민심을 기반으로 전대 최고위원 선거에 도전장을 던졌던 송갑석 의원은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이번 호남의 전대 투표율 저조는 일회성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6·1 지방선거 당시에도 광주 투표율은 전국 최저인 37.7%에 그쳤다. 이 당시 전국 지방선거 투표율(50.9%)보다 13.2%포인트나 낮았고, 광주가 4년 전 지방선거 당시 기록한 투표율(59.2%)은 물론 20대 대선 당시 투표율(81.5%)과 비교해 큰 차이를 보였다. 호남의 잇따른 선거 외면은 매우 이례적으로 평가됐다.
민주당의 텃밭이라는 그간의 통념을 비웃는 결과에 당내에서는 "호남이 등을 돌렸다"는 우려와 자성론이 쏟아졌다. 이 대표의 당권 경쟁자였던 박용진 의원은 전대 과정에서 특히 이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그는 "민주당의 뿌리인 호남이 전국 꼴지 투표율이다. 지난 지선 때 광주 투표율 만큼이나 충격"이라며 "호남이 외면하면 민주당은 우리들의 민주당이 아니게 된다. 민주당의 뿌리이고 근본인 호남으로 남아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월27일 광주 북구 말바우시장을 방문해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비명(비이재명)계 이원욱 의원과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도 같은 지점을 주목했다. 이 의원은 지난달 30일 "전국대의원대회가 축제의 장이었는지 스스로에게 자문해 본다. 호남의 온라인 투표율은 고작 19%"라며 "민주당의 거점인 호남의 저조한 온라인 투표율에 함축된 의미는 무엇일까"라고 반문했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이 대표의 전대 득표율(77.77%)과 호남 온라인 투표율(19%)을 비교해 "'압도적 지지'로 읽을 것인가, '압도적 외면'으로 읽을 것인가"라는 물음을 던졌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는 "민주당에 있어 호남은 단순히 호남이 아니다. 서울과 수도권 민심과 직결되는 바로미터와 같다"며 "호남이 지난 지방선거부터 급격한 민심이반을 보이는 것에 대해 민주당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호남 지지율에 대해 과한 해석을 붙이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호남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한 의원은 "지방선거의 경우 민주당과 무소속 후보가 박빙 대결을 이어간 곳은 투표율이 높았다"며 "전대의 경우 이미 당대표가 이 대표로 사실상 결정된 상황이라서 투표를 하지 않은 것이지, 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호남 민심이 대거 이탈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