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지역상권법이 시행된 지 4개월이 지났지만 사업 준비에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가장 먼저 길러내야 할 '상권전문관리자'에 대한 교육과정마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지역상권법 시행을 준비했던 중기부 지역상권과 과장 등이 바뀌면서 인수인계에서 시간이 지연됐고 시행규칙 마련에도 시간이 걸려 당초 예상보다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오후 광주 서구 양동시장 한 골목이 한산하다. (사진=연합뉴스)
지역상권법은 영세 소상공인의 임대료 부담 완화와 쇠퇴 상권의 재도약을 추진하기 위해 마련된 법안이다. 권칠승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1호 법안이기도 하다. 지난해 6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올해 4월28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그러나 진행상황은 더디다. 올해는 6월에 관련 설명회를 개최한 것이 전부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려면 올해 안에 제반 준비가 끝나야 하는데 아직 이렇다 할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상권활성화 사업'에 참여할 상권만 모집한 상태다. 중기부가 지난달 19일 상권활성화 사업 모집을 한 결과 전국에서 21곳이 신청했다. 지역상권법에 따르면 구역이 크게 지역상생구역과 자율상권구역으로 나뉘는데 중기부는 일단 구역 구분 없이 지원을 받은 상태다.
이번에 신청한 이들은 상인들의 매출 증대와 고객 유치 등을 목표로 계획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광지에 위치한 상권의 경우 관광객들이 좋아할 만한 사업들을 적극 활용한 내용을 담는 등 각 상권별 특색에 맞게 상권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제출했다. 중기부는 도시계획 전문가, 마케팅 전문가 등과 함께 발표를 듣고 현장 검증, 실현가능성 등을 점검해 오는 11월 말까지 최종 5개 내외의 상권을 선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사업 대상 선정보다 선행돼야 할 것은 상권전문관리자 양성이다. 지역상권법에 따르면 자율상권구역은 상인, 임대인, 토지소유자 2분의1 동의를 얻은 자율상권조합에 의해 운영된다. 특히 자율상권조합에는 상권전문관리자도 포함된다. 즉 조합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상권전문관리자가 미리 육성돼야 하는 것이다.
상권전문관리자는 기존에 있는 직업군이 아니기 때문에 이들을 중기부에서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양성해내야 한다. 지역상권법에는 상권전문관리자가 경영·경제·상권분석 등 석사 5년 이상, 학사 7년 이상, 일반 9년 이상 실무경험을 갖춘자로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한 자가 대상이라고 나와 있다. 하지만 중기부는 상권전문관리자 양성을 위한 교육프로그램 내용과 교육이수 시간, 교육비는 물론 몇 명의 상권전문관리자를 배출할지도 정하지 못했다.
중기부 지역상권과 관계자는 "상권전문관리자에게는 마케팅, 갈등관리 등의 역량이 필요한데 어떤 내용과 방식, 수준으로 교육할지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있다"며 "상권이 특정된 분야가 없다보니 여러 분야에 걸친 교육을 해야 하고 처음 시행하다보니 적정 수위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하반기에는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해서 내년에는 교육프로그램을 돌릴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내년 사업에는 차질이 없도록 연말이나 내년 초에 마무리 지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준비 기간이 길어진 데 대해서는 "시행 관련 규제심사 등에서 시간이 많이 걸렸다"며 "현재 지방자치단체에 참고 조례를 보내 지역상권법 시행령에 따라 조례를 제정해 달라고 독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상권 활성화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의 경우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한 단체 관계자는 "속도감 있게 사업을 진행하고 싶어 지난 7월 주무부처도 찾아갔지만 진척된 것들이 없었다. 상권전문관리자가 되기 위한 학위 요건은 있어도 교육과정이나 세부적인 내용이 뒷받침돼있지 않았다"며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없어 준비도 할 수 없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