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펄프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종이를 만드는 문구업계 등 관련 기업도 연이어 타격을 입고 있다. 수급 불안정과 경기 침체 우려 속 전 세계적으로 제지 시장 자체가 축소하면서 하반기 경기 전망이 어두운 상황이다.
(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
종이 원재료인 펄프의 가격은 지난해 11월 이후 줄곧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상승폭은 매월 조금씩 차이가 나고 있으나 지속적인 상승으로 가격이 지난해 대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이에 따라 이번 달부터 제지업계는 가격 할인율을 줄이기로 했다. 제지는 중간재이기 때문에 고정된 가격이 없고 업종과 구매수량 등에 따라 업체별로 할인율이 달리 적용된다. 할인율 조정을 통해서 실거래가가 정해지는 셈이다. 무림페이퍼는 1일부터 인쇄용지 가격에 적용되는 할인율을 축소했고 한솔제지는 오는 8일부터 할인율을 축소할 예정이다. 양사 모두 올 들어 벌써 네 차례 인상이다.
제지업체가 가격을 올리면서 제지를 수급하는 업체도 타격을 입고 있다. 오피스디포 관계자는 "유통업체 특성상 복사용지에 대한 가격 경쟁력 확보가 매우 중요해 가격에 따른 부정적 영향에 대해 많은 고려를 하고 대처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9월에 주요 제지업체들의 복사용지 공급가 인상이 확정돼 있는 상황이라 여러 가지 대내외 상황을 고려한 가격 정책을 마련해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알파 또한 인쇄용지 인상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 알파 관계자는 "도미노처럼 단가가 인상되면서 종이를 비롯해 다른 원자재까지 다 영향을 받고 있다"며 "복사용지의 경우 공급 불안정으로 매출 자체가 저조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갑자기 단가가 오르니 거래처 쪽에서도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알파 측은 지속적인 가격 인상으로 여러 대안들을 고심하고 있다. 다른 원자재 가격도 오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가격 조정도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초등학생용 공책을 주력으로 판매하는 문구기업 모닝글로리도 인상 영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모닝글로리 관계자는 "펄프 가격으로 인해 영향을 받고 있다"며 "상반기에 신규 일부 제조 제품의 가격을 인상하기로 결정해서 추가 가격인상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지난 6월 모닝글로리는 신규 제작되는 공책 제품군에 한해 가격을 10~12% 올리기로 결정했다. 이는 10년 만의 인상이었다.
신규제품의 가격 인상분은 지난달 정도께부터 반영이 됐기 때문에 추가 인상을 논의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시기다. 그러나 그동안 펄프 가격은 더 뛰어 자재비에 들어가는 비용이 더욱 커지게 됐다.
한국문구공업현동조합 관계자는 "종이 가격 인상으로 문구업계는 다 비슷한 영향을 받아 어려운 상황"이라며 "인상이 거듭되면서 제품 가격에 반영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가격을 올려야 하는 데도 못 올리고 있는 업체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제지에 정통한 한 단체 관계자는 "펄프 가격은 복합 요인으로 가격이 오르고 있다. 유럽 기업의 노조파업, 캐나다 화재 등으로 수급에 문제가 발생했고 해운 운송 차질로 통상 한 달 걸리던 수입이 4개월로 늦춰지기도 하면서 공급에 차질이 빚어졌다"며 "거기다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장기화하고 환율도 좋지 않아 제지 시장 자체가 안 좋아졌다"고 부연했다. 이로 인해 인쇄업, 화장지 쪽에서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제지업계 수요 자체가 줄어든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하반기 제지업계 등 관련 업계의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수출이 많은 기업의 경우 상반기에는 환율 영향으로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시장 자체가 안 좋아지면서 하반기 들어서는 부진한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며 "동남아를 비롯해 세계 경기가 좋지 못해서 수요가 많이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전반적인 시장이 쪼그라들면서 전체 매출이 떨어지고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고스란히 가격 인상에 반영하지 못하면서 영업이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