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당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엄호에 열을 올리며 새 지도부 출범 직후부터 '이재명의 늪'에 빠진 모양새다. 지난달 28일 '이재명의 민주당' 탄생과 함께 외쳤던 '오직 민생' 구호는 일주일 만에 공염불이 됐고 이 대표 방어가 주 임무로 부상했다.
이 대표는 6일 예정됐던 검찰 소환에 끝내 응하지 않았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서면브리핑에서 "이 대표는 검찰의 서면조사 요구를 받아들여 서면 진술답변을 했으므로 출석요구 사유가 소멸돼 출석하지 않는다"며 "어제 오후 검찰이 요구한 서면조사서에 소명에 필요한 답변진술을 기재해 서울중앙지검에 보내고 유선으로 통지했다"고 말했다.
전날 민주당은 이 대표의 검찰 출석 여부를 놓고 비상 의원총회를 소집한 뒤 "현 시점에서 이 대표가 검찰 소환에 응하는 것은 맞지 않고 서면조사로 대체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를 이 대표에게 적극 권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고위원 모든 분, 4선 이상 중진들의 뜻과 의총 뜻이 일치했다"고 강조했다. 당대표의 검찰 소환을 놓고 의총까지 열어가며 당론 채택에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앞서 지난 1일 검찰의 소환 통보를 "전쟁입니다"라고 표현하며 '정치탄압' 이미지를 강조한 이 대표 측의 격정적 반응을 당이 그대로 넘겨받은 것이다.
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현관 앞에 포토라인 표식이 부착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당내 '미스터 쓴소리'로 불렸던 이상민 의원도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제1야당의 대표로 취임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정략적으로 '망신주기'가 깔려있다고 생각해 조사에 응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이미 서면 답변도 했으니 더 이상 말할 것도 없다는 이유로 저는 중진모임에서 (이 대표가 검찰에)나가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동시에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관련해 부인 김건희 여사의 혐의를 부인하는 발언을 해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며 공직선거법 위반,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또 김 여사의 주가조작·허위경력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특검법도 추진키로 했다. 검찰의 소환에 똑같은 혐의로 맞대응하는 한편 김 여사 문제까지 얹히며 두 배로 갚았다. 당내에서조차 특검법 통과에는 회의적이지만, 이대로 당할 수만은 없다는 강경 목소리가 크다.
민주당은 지난 전당대회에서 제기됐던 '이재명 사법리스크'의 현실화로, 민생 등 다른 현안에도 소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당시 강병원 의원은 "우리 당이 민생을 해결하는 데 힘을 보태지 못하고, 수사들에 관해서 대응하는 데 시간을 다 쓴다면 국민들께는 굉장히 큰 죄를 짓는 것이 아닌가"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 대표와 당권을 놓고 끝까지 겨뤘던 박용진 의원도 같은 주장을 펼치며 우려를 키웠다.
실제로 국민의힘이 6일 오전 전국 시도당위원장들과 긴급 화상회의를 열고 제11호 태풍 '힌남노' 피해 상황을 점검하는 모습과 달리 민주당은 이날 하루종일 '이재명 여진'에 시달리며 민생 관련 행보를 보이지 못했다. 당대표 취임과 동시에 민생을 외쳤던 이 대표는 공식일정을 잡지 않으며 대책 논의에 집중했다.
이재명(오른쪽) 민주당 당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 의원총회에서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은 앞으로도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이 대표는 최근 검찰이 소환 통보한 '백현동 특혜 의혹' 관련 허위발언을 했다는 혐의 외에 검경에 걸쳐 백현동 사건 배임 및 직권남용 의혹,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경기주택도시공사(GH) 합숙소 선거사무소 사용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장남 불법 도박 및 성매매 의혹 등을 받는다. 민주당은 이 모두를 '정치탄압'으로 규정, 정적 죽이기라는 주장을 되풀이할 예정이지만, 정작 민심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소장파 조응천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이재명 의원이)당대표가 되면 '인계철선'이 돼서 당 전체가 달려갈 것이라는 말씀도 드렸다"며 "이번 일은 시작에 불과하고 앞으로도 지루한 공방을 펼칠 걸로 보이는데, 그러면 앞으로 소환 요구가 올 때마다 의총을 열어서 '편파수사 중단하라' 피켓을 들고 그렇게 계속할 것인가"라고 당의 진로를 걱정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이 대표는 현재 민주당의 유일무이한 구심점이자 대권주자로, 그가 망가지면 당장 민주당의 미래가 없게 되니 결사항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 고발 등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갚아주겠다는 것으로 민주당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정당이 감정적인 모습만 보여주면 전략적으로 실도 많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결국 평가는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아니라 국민의 몫"이라고 조언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