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성남 기자] 글로벌 물가 상승 기조에 대응하기 위한 긴축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캐피탈 회사의 유동성 저하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긴축으로 인한 금리 인상 기조가 본격화되는 현재 국면에서 캐피탈 회사의 신용등급에 따른 조달 여건 차이로 유동성 대응 능력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금리 스프레드 추이 비교, 금융위기 VS 현재. 그래프=한국신용평가
15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최근 급격한 금리 인상과 유동성 리스크는 2008년 금융위기와 외견상 유사한 측면이 있어 A급 이하 캐피탈 회사의 유동성 확보 여부에 대한 체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유나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한 미국의 추가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과 국내의 높은 물가지수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 국내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여 금융업권 전반의 유동성에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오 연구원은 "은행과 같은 여수신 금융기관의 경우 수신 금리 인상을 통해 예금을 늘리는 등 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지만, 수신기능이 없는 캐피탈 회사는 영업에 필요한 자금조달 대부분을 차입에 의존해야 하는 본원적인 특성상 유동성 경색시 자금 재조달 위험(Refinancing risk) 수준이 높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는 리만 브라더스 부도라는 특정 신용사건에서 촉발된 유동성 위기로,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한 전 세계 감독 당국의 과감하고 신속한 유동성 공급 조치에 힘입어 유동성 위기가 민간으로 전이되지 않아 국고채 금리 – 시장 금리 간 스프레드가 축소되면서 캐피탈사의 조달여건 역시 빠르게 회복됐다"면서도 "현재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로 인해 감독당국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여 과거와 같이 금융정책을 통한 빠른 국고채금리-시장금리 간 스프레드 축소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때문에 수신기능이 없는 캐피탈 회사들의 금리 변동성에 대한 높은 민감도를 고려하면 캐피탈 회사들은 금리 인상시 발생할 수 있는 금융시장의 유동성 저하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
최근 캐피탈채 조달 여건을 살펴보면 금리 변동에 따른 스프레드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2022년 8월 평균 AA-급 회사채 대비 캐피탈채 스프레드는 47bp로 2022년 1월 평균 18bp 대비 약 30bp가량 확대됐다. 2021년 4분기 이후 캐피탈채 금리는 동일 등급·만기 회사채 금리 대비 급격하게 상승했다.
오 연구원은 "이는 2020년 코로나19에서 비롯된 신용경색 당시의 AA-급 회사채 대비 캐피탈채 스프레드 22bp와 비교해도 두배 수준"이라며 "여기에 더해 달라진 자산포트폴리오로 인한 대체 자금을 통한 자금조달도 쉽지 않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A급 이하 캐피탈 회사들의 영업자산 내 자동차 금융자산의 비중이 약 7%로 미미하고 자동차 금융자산 내에서도 비교적 신용위험이 높은 중고차 및 상용차 비중이 확대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A급 이하 캐피탈사의 대체자금조달원으로서 ABS(자산유동화증권)의 활용도는 과거 대비 약화됐다는 게 오 연구원의 분석이다.
결과적으로 오 연구원은 "현재의 유동성 리스크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같이 단기간 내 회복할 가능성은 제한적으로 판단되며, 장기화 우려가 내재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최성남 기자 drks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