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한국이 기업의 순자산가치 대비 주가 레벨을 나타내는 주가순자산비율(PBR)에서 45개국 중 41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으로, 기업 가치 대비 주가가 저평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과 업계, 전문가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기업의 낮은 배당 성향과 투자자 신뢰를 떨어뜨리는 정보 비대칭성을 지목하고 있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15일 열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정책 세미나'에서 "기업지배구조가 좋을수록, 회계투명성이 높을수록, 배당 등 주주환원이 잘될수록, 기관투자자 비중이 클수록 기업가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하지만 아시아태평양국가, 신흥국, 선진국, 전체 국가와의 주가수익비율(PER)과 PBR을 비교해봤을 때 한국은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위는 이날 우리나라 기업이 가치에 비해 낮은 주가로 평가받는 현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대해 원인을 분석하고 해소 방안을 모색하는 취지의 정책 세미나를 개최했다. 유관 기관 관계자들과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등 업계 관계자들이 패널로 참석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주주 환원 확대 위한 인센티브 마련해야"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으로는 국내 기업들의 낮은 배당성향과 소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 우리기업의 낮은 수익성과 성장성, 지배주주의 사익추구 등이 지적됐다. 특히 기업들의 주주환원 확대를 위한 인센티브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공통적으로 제기됐다.
정준혁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 배당성향이 상당히 낮아 인센티브를 고민해야 한다"며 "배당이 낮으면 투자자들은 차익실현에 집중해 단기 투자 성향이 될 수밖에 없고 미공개 정보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동환 삼프로TV 대표 역시 "주주 환원 등에 대해 여러 법제를 고쳐야겠지만 굉장히 장기적 과제"라며 "급하게 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이고 인센티브는 뭐가 있는지 금융당국에서 시급히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윤수 금융위 자본시장정책관은 "기관투자자들이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 과정이나 배당 정책, 지배구조 등에 대해 건전한 압력을 넣을 필요가 있다"며 기관투자자들의 역할도 강조했다.
정보 비대칭성으로 투자자 신뢰 하락…"기업들, 주주와 소통 강화해야"
투자자들에 대한 정보 비대칭 해소를 위한 방안들도 제시됐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에서는 주요 영업환경 변화에 대해 자발적으로 주주 서한이나 공시 등을 통해 주주와 적극 소통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도 구조적인 정보 비대칭성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에 따른 일반투자자 피해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공개(IPO) 보호예수 제도처럼 블록딜 이후에도 일정 기간 매도를 제한하거나 차등 할인율을 두는 방안을 고려해 볼 만 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선임연구위원은 "회사 관련 정보 공개가 부족하다"며 "이사의 성과 보수 안건과 감사인 선임 안건이 주주총회에 올리도록 해 재무와 회계감사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금융위가 일반 투자자 권익 보호를 위해 발표한 개선 방안들에 대한 비판적 제언도 이어졌다. 금융위는 앞서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시 모회사 주주 보호 방안과 내부자 거래 시 사전 공시 의무화 추진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물적분할을 제한하는 규제가 나왔지만 현물출자를 통한 자회사 마련으로 규제 회피가 가능한 것처럼 대주주와 지배주주들은 항상 열거식 규제를 회피해간다"며 주주의 비례원칙, 주주들에 대한 이사회의 수탁자 의무의 법제화를 강조했다.
김지평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내부자 대량매도를 사전 공시토록 하는 금융위 규제안에 대해 "한달 뒤 주가를 모르는 상황에서 사전 공시를 하면 주가 변동에 따라 헤지거래를 해야 하는 등 기업들에게 부담이 생긴다"며 "포지티브식 규제보다는 민관 합동 가이드라인 등 연성 규범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금융위는 이번 세미나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이슈들을 추가로 논의할 수 있는 릴레이 세미나를 서너차례 더 개최해 자본시장 정책 과제들을 구체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5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정책세미나'에 참석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