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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공수처 요구 '전자증거보존 예산' 87% 삭감
기재부, 40억대 사업에 내년 예산 1.3억 편성
입력 : 2022-09-26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을 구축하고 디지털 포렌식 역량을 강화하는 등 수사력을 키우겠다던 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2024년 형사소송 전면 전자화를 앞두고 전자적 증거보존관리 시스템 사업에 투입할 수 있는 예산이 대폭 줄어서다. 만일 시스템 구축에 실패한다면 공수처는 사건 처리 과정과 피의자, 피고인 측의 증거 오염 시비 여지 등 공판 과정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될 전망이다.
 
26일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공수처의 전자적 증거보존관리시스템 구축을 위한 내년도 예산안을 1억3000만원으로 편성했다.
 
당초 공수처는 기재부에 △전자증거보존관리시스템 연계 구축을 위한 개발비 1억400만원 △전자증거보존 기반 인프라 구축을 위한 서버 등 구입비 6억2900만원 △시스템 구축 사업 감리비 1억원 등 총 1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 편성을 요구했다. 그런데 이 같은 공수처 요구안 보다 87% 가량 삭감된 예산안이 반영된 것이다.
 
증거보존관리시스템 구축에 들어갈 총사업비는 42억2800만원이다. 지난해 공수처는 이 사업 예산으로 20억3200만원을 편성 받았지만 올해 집행률은 0%다. 기재부가 공수처의 증거보존관리 사업 예산을 대폭 줄인 이유다.
 
올해 시스템 구축 예산 집행률이 0%였던 이유에 대해 공수처 관계자는 “디지털증거의 보존관리시스템 구축을 위한 정보화전략계획(ISP) 수립이 지난 5월에야 완료돼 1차 계약 체결이 지난달 이뤄졌다”며 “아직은 계약 체결 단계로 기성금이 나가기 전이므로 집행된 게 없다”고 설명했다.
 
당초 계획보다 사업 추진이 지연되면서 올 상반기 기준으로 예산 집행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는 “장비대금 등을 올해 안으로 지급하고, 계약 진행 상황에 따라 내년 상반기에 잔금 처리를 할 계획”이라면서 “공수처가 출범 후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한 것은 작년 5월부터인데, 그래서 예산 집행이나 여러 사업도 사실상 작년 5월부터 진행되기 시작됐다. 그러다 보니 회계연도 1년 단위로 잘라 예산 집행률을 보고 예산을 배정하는 방식이 (공수처) 시차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토로했다.
 
(출처=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공수처는 압수한 전자증거의 원본성, 무결성, 연계 보관성 등 보장을 위한 전자적 증거보존관리시스템 구축 사업을 2024년 상반기를 목표로 진행해왔다.
 
2024년부터는 형사사법절차가 전면 전자화되며 종이문서 대신 전자문서가 원칙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공수처는 2024년부터 전자서명을 이용한 전자문서를 작성하고, 검찰·법무부·경찰 등과 전자문서를 주고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 사업에 필요한 공수처의 예산 요구안이 거의 반영되지 않은데다 앞으로도 사업 진행을 위한 예산확보가 가능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신정부의 이 같은 예산 기조가 계속된다면 공수처는 2024년 10월 기한까지 시스템 구축에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오염된 증거물은 공판에서 증거능력이 문제되는 만큼, 공수처가 이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한다면 공판 단계마다 자신들이 확보한 증거의 원본성, 무결성을 스스로 입증해야 할 일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피고인 측에서 공수처가 증거로 제출한 문서와 원본의 동일성 문제를 들어 ‘증거 오염 가능성’을 제기할 만한 빌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공수처는 압수한 전자증거 수집 후 이를 PC에서 보관·관리하고 있다. ‘쓰기 방지’가 되는 CD를 굽는 등 수작업을 통해 증거의 신뢰성 및 무결성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단 공수처는 지난해 편성된 20억3200만원의 예산을 내년 사업 진행에 ‘사고 이월’(해당 회계 연도 안에 지출하지 못한 비용을 다음 연도에 넘겨쓰는 것)해서 집행한다는 구상이다.
 
또 예산안 국회 심의에 앞서 법사위원 등에게 시스템 구축을 위한 사업비 8억3300만원을 추가 반영하게 해달라고 협력을 요청한 상태다.
 
공수처 관계자는 “(기재부에서) 배정한 1억3000억 예산으로는 서버 한 대도 구입할 수가 없다”며 “이대로라면 시스템 구축이 아예 불가능해지는 상황이라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라도 (시스템 구축) 필요성을 설명하고 증액을 요청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수처 '전자증거보존시스템'. (출처=국회예산정책처)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박효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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