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달러 초강세에 국내 투자자들의 곡소리가 나고 있지만, 국민연금은 뒤에서 미소짓고 있다. 해외 투자 비중이 높은 데다 환율 변동에 그대로 노출되는 전략을 취하고 있어 수익률 방어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은행과 연말까지 통화 스와프를 체결하면서 추가 해외 투자에 대한 환전 비용도 일부 절감할 수 있게 됐다.
27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원달러 환율은 전장 대비 22.00원(1.56%) 오른 1431.30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 정책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유럽의 에너지 수급 위기,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 선호 심리가 강해진 것에 기인한다.
최근 몇년 사이 해외자산 비중을 높여 온 국민연금은 글로벌 증시 악화에도 환 차익을 통해 일정 부분 수익률 방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6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비중은 47%에 달한다. 전체 투자 규모 881조1000억원 가운데 해외주식이 235조8000억원, 해외채권이 64조8000억원, 대체투자2000억원 등 총 410조8000억원씩 차지하고 있다. 2020년 말 잔고와 비교하면 해외주식은 192조8000억원에서, 해외채권은 44조9000억원에서 크게 늘었다. 국민연금은 지속적으로 국내주식 투자 비중을 줄이고 해외자산 비중을 늘리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 환율이 올라서 실제로 미국 지수 빠진 것보다는 환율 오른 폭 때문에 올라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그만큼 수익률이 방어를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다우 지수는 지난 6월 말 이후 3.9%, 작년 말 이후 18.6% 하락했는데, 원달러 환율은 각각 10.6%, 20.6% 급등했다.
환 차익이 가능한 이유는 국민연금이 2018년 이후 모든 해외자산에 대해 '환 노출' 전략을 취하고 있다. 환노출은 해당 통화의 상승과 하락에 따른 손익을 고스란히 감수하게 돼 환율이 상승하면 환 차익을 누릴 수 있다. 작년 기금 운용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환율 상승으로 인해 환차익 효과 10.31%p를 봤다.
고공행진하는 환율 탓에 단기적으론 신규 투자를 위한 달러 매수 과정에서 환손실 우려도 커졌으나, 최근 한국은행과 100억달러 규모의 외환 스와프 거래를 체결하며 우려를 일부 해소했다. 국민연금은 한은에 일정 금액의 원화를 제공하고 한은 외화보유액을 이용해 달러로 해외투자를 할 수 있게 된다.
다만 '큰 손' 국민연금이 국내가 아닌 해외 투자 비중을 늘리는 것에 대한 눈초리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스와프 계약 체결로 논란이 일단락되긴 했지만, 국민연금의 해외투자를 위한 환전 수요가 원화 약세를 유발하고 국내 증시 변동성을 키운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스와프 체결은 연말까지며, 국민연금은 오는 2025년까지 1000억달러 규모의 신규 해외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해외투자를 줄이는 대신 그 덩치로 국내투자를 늘렸다고 하면 국내 금융시장에 불안을 더 줬지 않겠나"며 "환율을 이유로 국민연금이 밖으로 나가는 걸 막을 순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