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제넥신(095700)이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 공시와 함께 주가가 급락세를 보이자 유증 흥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공시 직후 공매도 수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엔지켐생명과학(183490)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엔지켐생명과학의 경우 앞서 진행한 유증 흥행 실패로 개미·기관 무덤이라는 오명을 얻은 바 있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제넥신은 지난 26일 1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주주배정 후 실권주는 일반공모로 진행되며, 예정발행가는 주당 1만7250원(할인율 25%)으로 책정했다. 기존 주주들은 1주당 0.2305470729주의 신주인수권을 배정받는다.
제넥신은 유상증자 흥행을 위해 1주당 0.3주 비율의 무상증자도 함께 진행한다. 유·무상증자가 모두 마무리되면 제넥신의 발행주식수는 2514만4982주에서 4022만4709주로 60%가량 늘어날 예정이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유증 흥행에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시장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유상증자 공시 직후 주가가 11.91% 급락한 데다, 공매도도 급증하고 있어서다. 주가 하락이 커질 경우 유증 발행가에 신주를 사는 것보다 신주인수권증서를 매도하는 것이 더욱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초 대규모 유증을 진행했던 엔지켐생명과학의 경우 유증 공시 이후 급격히 늘어난 공매도에 주가가 급락하면서, 유증 흥행에 참패했다. 발행가액 확정을 앞둔 시점(2월17일) 엔지켐생명과학의 공매도거래 비중은 34%로 코스닥 종목 공매도 1위에 올랐다. 결국 주가가 발행가액 밑으로 떨어지면서 최종 청약률은 28.11%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실권주는 모두 유증 주관사인 KB증권이 인수했지만, 이 과정에서 최대주주가 KB증권으로 바뀌었고, 엔지켐생명과학의 경영진은 경영권 사수를 위한 ‘황금낙하산’ 조항을 강화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결국 개인투자자들과 함께 KB증권도 대규모 손실(평가손실 340억원)을 보면서 개미·기관 ‘무덤’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제넥신의 경우 엔지켐생명과학과 비교해 유증 규모가 작아 유증 흥행 실패가 최대주주 변경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작지만, 최근 주가 급락과 공매도 증가가 유증 흥행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넥신은 최근 유증 공시 직후 공매도 비중이 급증했다. 공시 전 1.94%였던 공매도거래 비중은 유증 공시 당일 15.28%까지 급증하며 코스닥 공매도 순위 14위에 올랐다. 27일 주가 급락으로 공매도 비중이 줄긴 했지만, 여전히 13% 수준을 유지 중이다.
제넥신의 경우 유증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이 실권주 인수 계약을 체결한 만큼, 유증 흥행에 실패하더라도 자금조달 자체에는 무리가 없을 예정이다. 다만, 실권주를 인수한 한국투자증권이 유증 이후 대규모 지분 매도에 나설 우려가 있다.
제넥신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은 급격히 증가한 임상비용을 충당하기 위함이다. 제넥신은 최근 개발 중인 신약의 임상 등으로 연구개발비용이 급증하고 있다.
△자궁경부암 치료백신 ‘GX-188E’(임상2상)과 △삼중음성유방암에 대한 면역항암제 ‘GX-I7’(임상2상) △지속형 성장호르몬 ‘GX-H9’(임상3상)△지속형 빈혈치료제 ‘GX-E4’(임상3상) 등의 임상을 진행 및 계획 중에 있으며, 이번에 조달한 자금 역시 모두 임상 및 공정개발 비용에 투입할 예정이다.
문제는 현재 상용화된 제품이 없는 제넥신이 지속된 연구개발비 지출로 운영자금을 자본시장 조달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증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은 “제넥신의 경우 향후 추가적인 자금조달 가능성이 있다.”며 “반복적인 주식관련사채 발행 및 유증으로 인해 주주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202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제넥신이 연구개발비로 사용한 금액은 정부보조금(114억원)을 포함해 총 968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는 144.87%에 달한다. 영업손실이 지속되면서 회사의 자본금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지난해 연말 5227억5141만원이던 제넥신의 자본은 올해 상반기 3842억 9152만원으로 줄어들었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