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이명박 정부 시절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낸 이주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정책대학원 교수가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 교수가 장관 시절 자율형 사립고(자사고)와 일제고사를 설계한 인물인 만큼 다시 '무한경쟁' 교육 정책을 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오후 이 교수를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지명 후 열린 브리핑에서 "그동안 교육현장과 정부, 의정활동을 바탕으로 디지털 대전환에 대응하는 미래인재 양성, 교육격차 해소 등 윤석열정부의 교육개혁 과제를 추진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17대 국회의원(2004~2008년)을 지낸 후 이명박 정부 인수위원과 대통령실 교육과학문화수석비서관을 맡은 바 있다. 이후 교과부 제1차관을 거쳐 2010년 8월부터 2013년 2월까지 교과부 장관으로 일했다.
경제학자인 이 교수는 성과를 중시하고 경쟁과 서열에 기반한 교육 정책을 편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이 교수는 장관 시절 고교 서열화를 부추기는 정책을 다수 추진했다. 특히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를 통해 자사고 설립을 주도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 장관이 되면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했던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백지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주호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지난 4월 11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6.1 지방선거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밖에 이 교수는 장관 재임 시절 학업성취도평가 전수실시(일제고사), 대입 자율화, 교원평가, 고교 다양화 등 교육 정책의 밑그림을 그렸다. 특히 일제고사의 경우 고교 서열화의 출발점이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처럼 경쟁 교육의 장본인인 이 교수가 교육부 수장 자리에 앉으면서 교육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
보수 성향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날 구두 논평을 통해 "전임 장관 시절 추진한 정책에 대해 긍·부정 평가가 엇갈리고 교원평가, 무자격교장공모 정책 등에 대해서는 학교 현장의 우려가 높았다"며 "10년이 지난 지금, 당시 교육정책이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고, 특히 유·초·중등 교육 경험이 없는 부분에 대한 현장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는 성명서를 통해 이 교수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전교조는 "이주호 전 교과부 장관은 'MB 교육의 상징'으로 불리는 인물로, 공교육을 황폐화시키고 학생들을 무한경쟁의 고통으로 몰아넣은 장본인"이라며 "이주호 전 장관을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임명하는 것은 수많은 교육정책의 후퇴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이 후보자가 과거 추진했던 정책들이 단점도 있지만 교육의 다양화 등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대학 등록금 정책에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이 교수는 '반값등록금'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요구에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ICL), 등록금 상한제, 그리고 등록금을 올린 대학에 국가장학금 예산을 지원하지 않는 정책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대학 등록금은 현재까지 11년째 동결돼 있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이 교수가 장관을 했던 10년 전과 현재의 교육계는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며 "과거와 같은 무한 경쟁을 강조한다면 교육계의 반발이 클 수밖에 없으며 새로운 리더십을 부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