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뉴스토마토 박재연 기자] 독일 정부가 가계와 기업의 에너지 가격 급등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2000억 유로(280조원) 규모의 지원펀드를 가동하기로 했다.
29일(현지시간)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로베르트 하베크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 등과 함께한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의 결과에 대응하는 경제적 방어우산' 구상안을 발표했다.
숄츠 총리는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이 파괴됐다"라며 "이는 러시아로부터 더 이상의 가스공급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정부는 가스 가격을 내리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하베크 부총리는 에너지 위기가 경제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며 러시아는 민주주의 질서를 불안정하게 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베크 부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에너지 공급 중단을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며 "신규 방어우산 계획을 통해 이를 방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한 린드너 재무장관은 이번 방어우산 계획으로 독일의 경제력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우리는 에너지 전쟁 중"이라고 강조했다.
집권 신호등(사회민주당-빨강·자유민주당-노랑·녹색당-초록) 연립정부가 합의한 이번 가스가격 제동장치의 재원은 경제안정펀드(WSF)를 통해 마련된다.
앞서 경제안정펀드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어려움에 처한 기업을 돕기 위해 조성됐다. 해당 펀드는 지난해 시효가 만료됐으나, 곧 추가 재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독일 정부는 가스 사용 고객에게 부과하기로 했던 가스 부담금은 도입하지 않는 대신 경제안정펀드를 활용해 에너지 공급 중단으로 파산 위기에 몰린 자국 기업들을 구할 계획이다.
한편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은 지난 6월 중순부터 최근까지 유지보수 등을 이유로 독일 등을 잇는 가스관 노르트스트림-1의 가동을 제한·중단해왔다.이로 인해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전년 대비 400%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가스관을 재가동하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나왔으며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국들의 러시아 제재가 커지자 이에 반발한 러시아가 천연가스 중단 카드를 내밀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의 이러한 조처에 "에너지 무기화"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상황이다.
박재연 기자 damgom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