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페이스북 트윗터
(시론)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입력 : 2022-10-07 오전 6:00:00
윤석열 대통령과 문화체육관광부가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건, 지금 현재 MBC와 ‘윤석열차’는 순교자가 되고 있다. 
 
영국 BBC가 시사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을 다뤄서 화제가 되었다고 하자, 국민의힘은 MBC 탓에 BBC가 윤 대통령을 풍자한 것이라며 또 다시 MBC를 탓하고 있다. ‘기-승-전-MBC’라는 논리다. 외국 공영방송사가 시사 풍자를 하는데, 자국 방송사가 문제라는 태도다. 
 
고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 조문 이후 우리 정부와 여당은 당시 영국에서 우리 한국 외교를  칭찬했었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에 최근 BBC의 시사 코미디 프로그램인 'Have I Got News for You(해브 아이 갓 뉴스 포 유)'에서, 프로그램 출연진들이 윤 대통령의 'XX' 발언을 외신들이 어떻게 번역했는지, 그리고 이후 한국 대통령실이 어떻게 해명했는지를 코미디 소재로 삼아 방송한 것을 설명하기 난감했을 것이다.
 
국감장에서 해당 방송을 트느냐 마느냐를 가지고 한참 설전을 벌이다 결국 영상을 재생한 후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의원은 박진 외교부장관에게 "해임안이 가결된 장관, 저 영상 보시면서, 이게 영국에서 우리 한국 외교를 칭찬하는 것으로 보이시나요?"라고 꼬집었다. 
 
그러자 마이크를 이어 잡은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이 이번 대통령 해외 순방의 여러 외교 성과들을 나열한 뒤 BBC가 그런 방송을 하게 된 이유는 우리 MBC가 엉터리 방송을 하고, 이 내용을 왜곡해서 세계만방에 뿌렸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공동취재 형식으로 순번을 정해 현장에 들어간 MBC 기자가 문제라는 거다. 
 
북한출신으로 영국 대사까지 했던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이에 가세하자 민주당 의원들도 지지 않았다. 그러면 또 MBC처럼 BBC도 가서 항의 방문하고 BBC 고발하러 갈 거냐는 비아냥이 나왔다. 웃지 못 할 촌극이 벌어진 그 곳은 바로 대한민국 국감장이었다. 
 
지난 대통령 선거 기간, 당시 대선 후보였던 윤 대통령이 'SNL 코리아' 리부트 시즌 2의 '주 기자가 간다' 코너에 출연했었을 때와, 역시 대선 후보로서 청년 예술인을 만난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분명 ‘대통령 정치 풍자는 국민의 권리라고 했다. 대통령 취임 후 모든 연설에서도 그는 항상 ‘자유’를 수십번씩 강조해왔다. 그런데 자신의 발언과 관련한 방송국의 ‘자막을 달 자유’는 ‘억압’하고, ‘고등학생의 자유로운 정치적 표현’은 ‘표절’이라며 억압한다. 세상에 ‘토마스 기차’를 이용한 정치 패러디를 ‘표절’이라며 나무라는 문체부 장관은 내 생전 처음 보지만, 이를 적극 옹호하며 고등학생과 적극 싸움박질하는 국회의원들도 참으로 볼썽사납고 안쓰럽다는 게 일반적 인식 아닌가 싶다. 
 
논란이 이어지자, ‘윤석열차’를 그린 고등학생은 자신이 이 그림을 그린 이유를 설명해야만 했다. 그는, 지난 5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대선 기간 윤 대통령이 열차 안에서 ‘신발을 벗지 않고 의자에 발을 올린 일’에 착안해서 작품을 만들었다고 했단다. 
 
대선 선거운동 기간이었던 지난 2월 13일 당시 윤 후보는 임대한 무궁화호 열차에 탑승해 이동하던 중 구두를 신은 채 맞은편 좌석에 발을 올려 ‘구둣발’ 논란에 휩싸인 바 있었는데, 학생 입장에서 보건데, 불특정 다수의 승객이 앉는 좌석에 무례하게 구둣발을 얹어놓는 대선 후보의 모습이 보기 좋지는 않았을 것 아닌가. 설명을 듣고 보니 학생이 그린 그림의 의미가 더욱 선명하게 이해되기 시작했다. 
 
이번 공모전에서 금상을 수상한 학생이 왜 그런 만화를 그렸을까를 생각하지 않고, 학교로 전화 해, ‘정치적으로 아이를 세뇌시키느냐’는 등 불만을 제기한다는 소식을 들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막상 만화를 보고나니 치부를 들킨 듯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 이를 감추고 싶어 그랬겠지만 그렇다고 화를 내기 전에, 왜 그런 모습으로 아이에게 비쳐졌는지 원인을 먼저 파악하고 반성하지 않고, 나무라며 화를 내는 행동은 미성숙의 극치라는 생각이 든다. 
 
MBC든, ‘윤석열차’든, 원해서 순교자가 된 것은 아니겠지만, 비뚤어진 소인배들의 비판이 이쯤에서 멈춰주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그래야 앞으로도 소신을 지키며 용감하게 자신의 가치관을 지키며 살아갈 용기를 내는 사람들이 많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오기 마련인 것이다.
 
노영희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뉴스인사이다> 진행자
 
최기철 기자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