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베란다 등 단열재가 이어지기 힘든 구조에서는 열 차단이 어려워 곰팡이나 결로가 발생하기 쉽다. 정양SG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8년간 연구한 끝에 열교(열 교환)를 차단하는 단열구조체를 개발했다. 정양SG는 해당 제품으로 제로에너지 주택에 한걸음 다가선다는 목표다.
안병권 정양SG 대표가 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2 스마트비즈엑스포' 전시에서 제품에 대해 설명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변소인 기자)
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2 스마트비즈엑스포'에서 안병권 정양SG 대표를 만났다. 1986년 발포 폴리스타이렌 단열재 전문 제조기업으로 출발한 이후 37년 만에 전시회에 참가했다는 안 대표는 격양된 표정으로 관람객들을 맞이하기 바빴다. 폴리스타이렌은 스타이렌을 중합해 만드는 무색투명한 합성수지를 뜻하는데 흔히 스티로폼이라는 상품명으로 부르는 물질이다. 다른 기업과 연구기관에서는 정양SG 부스를 방문해 연신 질문을 쏟아냈다.
정양SG는 지난달 국가기술표준원 신제품(NEP) 인증을 획득했다. NEP 인증을 받은 제품은 LBN 모듈러로, H형상의 스테인리스 전단구조재를 상·하부의 인장철근과 일체화하고, 개별로 구성된 단열 초고성능 콘크리트(UHPC) 압축블록이 제품 하부에 부분 적용된 일반주택 외단열 발코니용 열교차단 단열구조체다.
열교차단 단열구조체는 철근 콘크리트 건축물에서 구조재와 단열재 두 가지 역할을 하는 단열구조체다. 연속 구조체로 인해 단열이 불연속되는 발코니 등에 시공해 열교를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즉, 콘크리트가 지나가야해서 단열재가 끊겼던 부분에 제품을 설치해 열의 이동을 막고 차단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LBN 모듈러를 시공하면 최대 30%까지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 접합부에 발생하는 결로 현상도 막을 수 있다.
콘크리트 구조체 내부에 설치하기에 건물에서 구조적인 역할과 단열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상부와 하부에 배치된 인장철근에 H형상의 전단철근을 일체화해 인장철근에 압축력(누르는 힘)과 인장력(당기는 힘)이 번갈아 작용해도 휨모멘트(굽히려는 힘)와 전단력(절단하는 힘)에 모두 효율적인 저항이 가능하다. 또한 초고성능 단열 콘트리트(HPIC)를 사용해 압축 블록의 체적은 최소화하면서 단열성능은 일반 콘크리트 대비 약 4배 향상시켰다.
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2 스마트비즈엑스포'에서 정양SG의 LBN 모듈러 제품이 전시돼 있다. (사진=변소인 기자)
이와 함께 철근과 스테인리스 스틸의 이종 용접기술을 적용, 제품을 관통하는 부분에 철근 대신 단열성능이 3배 이상 뛰어난 스테인리스 스틸을 사용했다. 철근으로 전달되는 열류량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초반에는 일본, 독일 등에서 철근 등을 수입했지만 국내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모든 자재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가격 경쟁력도 확보했다.
안 대표는 "탄소중립은 전 세계적으로 핵심과제다. 우리나라도 제로에너지 주택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에너지 건축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열교차단 단열구조체가 꼭 필요하다"이라며 "단열 성능을 아무리 보강해도 단열을 할 수 없는 부위들이 생기는데 그 부위를 열교차단 단열구조체로 대체해서 단열 성능이 나오게끔 한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제로에너지 주택은 외단열, 태양광 등 제로에너지 기술을 적용해 에너지를 최소화한 주택이다. 건축물에서 소비되는 에너지와 자체 생산 에너지를 합산해 에너지 소비량이 '0'이 되는 에너지 자립형 건축물이다. 이를 위해서는 외단열 시공, 열교 차단, 고기밀 등의 패시브 요소를 통해 연손실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그동안은 주택에서 단열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단열재 두께를 강화하는 등의 조치를 해왔다. 하지만 단열을 강화할수록 베란다 등 단열 취약부분이 두드러지게 된다. 특히 외부와 직접 연결된 부분에서 열교가 차단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 안 대표는 지난 2015년부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0억원을 투자해 연구해왔다. 그 결과 올해 초 기술개발을 완료하고 LBN 모듈러를 생산하게 됐다.
정양SG는 앞으로도 연구를 계속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정양SG는 매출의 10%를 연구에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정양SG의 매출은 12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130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정양SG는 향후 철근 콘크리트(RC 구조)뿐만 아니라 철골조 등 열교차단이 필요한 모든 곳에 열교차단 단열구조체를 적용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통해 저탄소 녹생성장을 선도하는 친환경 기업으로 자리 잡겠다는 포부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