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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저출산 고민은 누가 하나
입력 : 2022-10-12 오전 6:00:00
‘헬조선’에 사는 2030이 처한 현실은 어떠한가. 청년 취업률은 40%대다. 요구하는 스펙은 많아지는데 취업하기 힘드니 서른살 넘어서 첫 직장을 갖게 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물가는 미친 듯이 오르지만 신입~저연차 사원들의 임금은 수 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사회는 서울과 수도권 중심으로 짜여져 있다. 지방엔 산부인과도 없고, 학교도, 직장도 심지어 소개팅할 사람도 없다. 다들 ‘인서울’ 대학은 기본으로 다니고, 서울에 ‘똘똘한’ 집 한 채씩은 있는 것 같은 환상 속에서, 결격사유를 가지게 된 사람들은 조금씩 도태되고 있다. 연애할 기회조차 없거나 만나고 싶어도 만날 사람이 없는 시대다.
 
결혼과 육아문화의 변화가 더디다보니 '비혼', '딩크(무자녀)'를 선언하는 사람들도 부쩍 늘었다. 막상 자녀를 가지게 되면 아내들은 경력 단절부터 걱정해야 한다. 남편들도 경력을 이어가려면 육아휴직을 선택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그나마 남편이나 아내의 부모가 근처에 살아 육아를 도와주면 한결 짐을 덜 수 있다. 부모님이 안 계시거나 멀리 살 경우 입주 육아 도우미를 쓰려면 한 달에 200만~300만원을 내야 한다. 어찌어찌 금액을 줄인다 해도 돌봄 비용으로 부부 두 명 중 한 명의 월급이 고스란히 나간다.
 
다소 표현의 세기가 다를 뿐, 사교육·학교폭력·부동산 등을 제외해도 작금의 현실이 이렇다. 10명 중에 누구는 비혼이고, 누구는 결혼할 준비가 안 됐고, 누구는 애 키워 줄 사람이 없고, 누구는 하나 낳으니 더는 못 낳겠다고 하면 현재의 출생률이 나오는 셈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잇달아 저출산 관련 대책을 내놓고 있다. 조부모가 양육 부담을 나눌 경우 돌봄수당을 지급하는 정책을 발표한 데 이어 최근엔 국무회의에서 외국인 육아 도우미 정책 도입을 건의하기도 했다.
 
특히, 외국인 육아 도우미 정책은 일견 파격적이다. 싱가포르와 홍콩의 사례를 참조한 이 정책은 월 38만~76만원만 지급하면 필리핀 등 동남아의 젊은 여성이 국내 상주하면서 가사·돌봄 노동을 맡는다.
 
실제 싱가포르는 1978년 제도 도입 이후 돌봄 부담이 줄면서 여성 경제활동 참여율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비록 저출산 추세가 반전되진 못했지만 출산율 하향세는 둔화됐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오 시장 설명대로라면 아이를 낳을 때 경력 단절이나 돌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국내 도입이 적절한가는 의문이 남는다. 한국은 최저임금제가 외국인에게도 적용된다. 외국인도 내국인과 동일하게 임금과 근무 조건을 산정해야 한다. 이미 외국인 노동자들이 상당하고 중국동포들이 가사노동 시장에 진출해 있다. 다른 직종과의 임금 격차로 인한 이탈 가능성, 외국인 육아 도우미에 대한 관리방안 등도 숙제다.
 
그럼에도 이러한 화두가 제기됐다는 자체는 긍정적이다. 작년 서울의 합계출산율은 0.63명이다. 한국 평균 0.81보다도 약 0.2명 가량 낮다. OECD 가입국 중에 출산율이 1명도 안 되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양육의 어려움은 각 가정에서 겪지만, 출산율이 낮다는 얘기는 사실 개인·가정이 아니라 국가나 사회가 걱정할 일이다. 개인·가정이야 결과적으로 아이가 1명에서 0명으로, 2명에서 1명으로 줄지만, 국가·사회 관점에선 미래 대한민국을 책임질 인구가 수백만명이 사라지는 셈이다.
 
그럼에도 저출산의 고민은 결혼·양육의 어려움으로 대치된 채 개인·가정의 몫으로만 떠넘겨진 상태다. 저출산은 정치인들의 구호일 뿐 특별히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인구 관련은 어느 부처에서 하는 지도 알기 힘들다. 
 
조부모 돌봄 수당을 지급하든 외국인 육아 도우미를 도입하든 아니면 더 도전적인 제도도 좋다. ‘고립육아’같은 단어에서 벗어나 인구 감소를 막으려면 전 사회가 나서서 구조를 재디자인해야 한다. ‘돈 몇 만원 준다는데도 애를 안 낳더라’에서 고민이 그치면 저출산 고민은 누가 할까.
 
박용준 공동체팀장
 
박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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