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는 12일 코스닥시장위원회심의 결과 신라젠의 상장 유지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고은하 기자] 그동안 '상폐기로'에 섰던 신라젠이 거래 재개로 기사회생했다. 신라젠은 문은상 전 대표 등 전직 경영진의 횡령·배임 등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 사유가 발생하면서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업계에선 신라젠의 거래재개가 침체된 바이오 시장에 활성화를 북돋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12일 한국거래소는 코스닥시장위원회 심의 결과 신라젠의 상장 유지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신라젠의 주권은 13일부터 매매거래가 재개된다.
앞서 신라젠은 문은상 전 대표 등 전직 경영진이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기소되면서 2020년 5월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해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는 2020년 11월 개선기간 1년을 부여했으나 올해 1월 상장폐지 결정을 내렸다. 이후 지난 2월 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가 재차 6개월의 개선기간을 부여했다.
김재경 신라젠 대표는 "당사는 현금 유동성이 풍부한 최대주주 엠투엔 및 관계사들과 긴밀하게 협력해 연구 개발에 매진할 것"이라며 "경영정상화를 이뤄내 오랫동안 회사를 믿고 기다려준 주주들에게 보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1일 신라젠 주주연합은 입장문에서 시장위의 거래재개 결정을 강력히 촉구한 바 있다. 주주연합은 "신라젠이 약 2년 5개월의 거래정지 기간 동안 안정된 자금조달 및 대주주 변경, 연구인력 강화, 복수의 큰 파이프라인을 추가로 확보했다"며 "고질적 문제였던 단일 파이프라인의 리스크에서 벗어나는 등 체질 개선에 성공한 회사를 굳게 믿는다"고 밝혔다.
이성호 신라젠 주주 대표는 "신라젠은 코스닥에 상장된 제약바이오 기업 중에서 개인 주주 비율이 1위 종목"이라며 "현재 금리 인상 등과 더불어 제약바이오 섹터 주가가 처참하다"고 말했다.
신라젠 주주모임이 2월8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집회를 열고 신라젠 거래재개를 촉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그는 "신라젠의 시가 총액은 1조2000억원이기 때문에 거래재개는 코스닥 활성화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며 "당국에서 주식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증시 안정 펀드 투입, 공매도 금지 등을 제시하는 걸로 아는데 선행돼야 하는 게 거래재개"라고 강조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한국 거래소는 신라젠 사태를 계기로 기업이 부실 상장이 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며 "제도 및 시스템 부문이 적극적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향후 상장된 기업 중 상장 거래 정지에 해당할 때 거래 정지를 바로 시행해선 안 된다"며 "회생 가능성이 있는 기업은 거래를 진행하는 가운데 개선할 방안을 찾아야한다"고 말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원장은 "신라젠의 상장 유지는 정책적인 배려가 기반이 됐다"며 "신라젠에 다수 주주가 있고 최근 주식 시장을 감안했을 때 정책적 판단이 수반됐다"고 설명했다.
정 원장은 "신라젠의 거래재개는 위축된 시장 흐름 속에서 반등 및 분위기 쇄신에 상당히 좋은 시그널을 준다"면서도 "다만 윤리적 측면들을 고려해 향후 투자 자금을 바탕으로 오롯이 연구개발에 몰두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신라젠은 거래소가 요구한 개선 사항을 충족했다"며 "파이프라인 확보와 경영진 및 지배구조 변경으로 인해 거래 재개를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 바이오 시장에 자금의 유동성이 원활하지 않다"며 "벤처기업이나 엔젤투자자도 바이오 시장의 침체된 환경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라젠 기업은 규모가 큰 편은 아니지만 상장할 당시 바이오 열풍을 일으킨 기업"이라며 "이번 거래 재개 결정으로 침체된 바이오 시장에 촉매제 역할을 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앞서 신라젠은 2016년 12월 6일 코스닥에 상장했다. 상장 첫날 시초가 1만3500원을 형성한 뒤 2017년 주가가 장 중 한때 15만원 이상으로 급등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8년 1월 신라젠 최대 주주였던 문은상 전 대표가 대규모 지분 장내 매도 사실이 확인됐다. 2019년 8월 미국에서 펙사벡 임상 중단 권고가 나오며 임상 실패가 현실화됐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신라젠 사태를 통해 바이오산업에서도 각성할 부분은 분명히 있다"며 "임상을 진행하면서 데이터를 투명하게 오픈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신라젠은 현재 글로벌 제약사 리제네론과 공동으로 신장암 대상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며, 올해 말까지 임상을 완료해 내년 중 그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임상 결과에 따라 펙사벡과 면역관문억제제의 병용효과를 직접적으로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임상 결과를 토대로 리제네론과 라이선스 아웃(L/O)에 대한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고은하 기자 eunh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