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마곡 R&D캠퍼스 전경. (사진=LG화학)
[뉴스토마토 고은하 기자]
LG화학(051910)이 국내 기업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신약을 보유한 미국 혁신 항암제 기업 '아베오 파마슈티컬스'를 인수해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선 이번 LG화학의 인수가 신성장 동력 확보와 경쟁력 강화에 초석을 다지면서도 현지화 전략이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22일 LG화학에 따르면 아베오는 미국 메사추세츠주 보스턴에 설립됐고 임상 개발·허가·영업·마케팅 등 항암 시장에 특화된 역량을 확보한 기업이다. 2010년 나스닥에 상장됐고 지난해 신장암을 표적하는 치료제 '포티브다'의 FDA 허가 획득 후 분기 견조한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아베오의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성장한 150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보이고, 2027년 5000억원 매출이 전망된다. 현재 진행 중인 '포티브다'와 면역 항암제의 병용 임상 성공 시 치료제의 적용 범위가 확장돼 추가적인 매출 성장이 기대된다.
아베오의 연구개발 파이프라인 현황을 포면 포티브다 후속으로 3개의 임상 단계 항체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가장 개발 단계가 빠른 리드 에셋은 얼비툭스 병용으로 두경부암 1차 치료제 시장을 표적하는 HGF/c-MET 항체 피클라투주맙(Ficlatuzumab)이다. 에셋은 내년 상반기 중으로 허가를 위한 임상에 진입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베오가 나스닥 시장에 상장된 만큼 가치는 인정받았기 때문에 매출도 보장됐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다만 향후 전략이 관건이고, 현재 고환율인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LG화학 관계자는 "이번 인수 대금 8000억 조달 방안 관련해선 현재 LG화학이 보유한 외화 예금만으로도 인수 자금이 충분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 항암 시장에서 상업화 역량, 임상 및 허가 전문성을 갖춘 아베오 인수를 통해 LG화학 항암 신약 파이프라인의 미국 시장 진출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성공 가능성도 더 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시점에서 고환율은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인수합병을 통한 신성장동력 확보는 경쟁력 강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LG화학이 제약바이오산업에 크게 이바지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현재 LG화학 생명과학사업부문을 살펴보면 당뇨 신약 제미글로, 인간 성장호르몬제 유트로핀, 관절염주사제 시노비안 등을 시판하고 있다. 이밖에도 통풍 신약 티굴릭소스타드, NASH 치료제 등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LG화학은 당뇨, 백신, 의료기기 등 다양한 제품군을 확보하고 있지만 시판되는 항암제 제품군은 없는 상황이다.
이번 인수를 통해 LG화학은 시판 중인 항암제를 확보하게 됐다. LG화학이 국산 신약 중 첫 FDA 승인을 받은 팩티브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미국 시장 진출에 교두보가 될 것으로 보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원장은 "최근 달러가 강세임에도 불구하고 LG화학이 공격적인 행보를 보인 건 자본에 있어서 충분한 역량을 갖췄기 때문에 성사됐다"고 설명했다.
정 원장은 "FDA 신약 허가를 받은 기업을 전격적으로 인수했다는 건 LG그룹 차원상 바이오 부문을 단순히 로컬리화가 아닌 글로벌화를 추구한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원장은 또 "과거 팩티브의 실패는 라이프 사이클이 길어지면서 적시에 유통하고 적절한 파트너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결국 상용화까지 이르지 못했지만 실패도 상당히 중요한 자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다수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는 LG화학이 향후 전략을 세우는 데 있어서 국내의 얼라이언스보단 현지화 전략에 주안점을 둬야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전 세계에서 40%를 차지하는 큰 시장이고, 다른 나라에 비해 가격이 고가로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또 LG화학이 기술 수출했던 품목들이 상용화에 가까워지면 아베오를 통해 미국에서 허가, 유통, 타 기업과의 얼라이언스의 거점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고은하 기자 eunh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