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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동상이몽…정부, 실태결과로 '반기' VS 노동계 '잘못된 조사'
2009년부터 손배소 151건·청구액 2752억7000억원
입력 : 2022-10-23 오후 12:00:00
[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윤석열 정부가 노조의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한하는 '노란봉투법'의 입법을 전면으로 반대하면서 노동계와의 대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존 판례상 법원이 사용자의 귀책사유, 불법(쟁의)행위의 동기 등을 참작해 손해배상 책임을 경감하고 있고 손배 발생의 가장 큰 근거가 사업장 점거 등 수단에 있다는 판단에 따라 법 개정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노동계는 정부가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손배소 실상이 하청노조에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청의 파업권을 보장하는 등 변화하는 노동시장 환경에 맞추기 위한 '노조법 2·3조'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다.
 
23일 노동계·시민사회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손해배상 소송·가압류 실태조사 결과 및 해외사례'와 관련해 매우 잘못된 실태조사 결과라며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고용노동부의 실태조사를 보면, 지난 2009년부터 올해 8월까지 기업·국가·제3자가 노동조합·간부·조합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은 총 151건이다. 해당 손해배상 소송은 총 73개 사업장에서 진행됐으며 청구액은 2752억7000만원 규모다.
 
현재까지 13개 사업장에 대한 24건의 소송(청구액 916억5000만원)이 진행 중이다. 나머지 127건은 종결됐다. 종결 사유는 판결확정이 61건(48%), 소 취하 51건(40.2%), 조정·화해 15건(11.8%)이다.
 
노동자 파업에 대한 기업 손해배상 소송 남용을 막는 내용의 노동조합 및 (노조법) 개정안인 '노란봉투법'이 쟁점으로 떠오르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이에 대한 객관적 자료를 고용부 측에 요구한 바 있다. 이번 실태조사 결과는 이에 대한 2차 결과다.
  
고용부는 손해배상 판결 분석을 주요 내용을 제시하면서 불법(쟁의)행위이더라도 손해 발생 또는 손해와의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 경우에만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 조합원의 경우 단순히 노무를 정지한 것만으로는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고 손배책임이 인정되더라도 사안에 따라 사용자의 귀책사유, 불법(쟁의)행위의 동기 등을 참작해 손해배상 책임을 경감(66.7%)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손해 발생의 가장 큰원인은 사업장 점거(49.2%)이었다. 불법쟁의행위로 인한 손배 책임이 인정된 경우에도 89.3%가 사업장 점거 등 수단을 문제로 봤다.
 
법원은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청구액이 다액이라는 이유로 권리남용으로 보지 않았다는 것이 고용부 측의 설명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쟁의행위는 헌법과 법률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원칙하에 사용자에게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권리가 있고,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액이 다액이라는 사정만으로 회사가 오로지 근로자에게 고통을 주고 손해를 가하려는 목적으로 소를 제기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23일 노동계·시민사회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손해배상 소송·가압류 실태조사 결과 및 해외사례'와 관련해 매우 잘못된 실태조사 결과라며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사진은 하이트진로 고공농성 모습. (사진=뉴시스)
 
하지만 노동계·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손배소 사태의 본질은 불법쟁의행위 여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원하청 관계 등 최근 변화한 노동시장 구조에 있다며 고용부의 입장을 전면 반박했다.
 
실제 최근 파업으로 인해 손배소의 대상이된 대우조선해양, 하이트진로, CJ대한통운 등 모두 하청노동자들로 노조법상 권한이 없는 원청을 상태로 파업을 진행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이 하청노조 집행부 5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규모는 470억원에 달한다. 470억원은 이들 5명이 약 400년간 자신의 월급을 꼬박 모아야 갚을 수 있는 금액이다. 노동계에서는 사실상 하청노조의 파업을 부정하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정병욱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변호사는 "손배소를 제기한 것 자체가 파업을 불법파업으로 보고 있는 것인데, 하이트진로, 대우조선해양 등은 모두 하청으로 현행법에서는 하청에 대한 파업을 규정하지 않고 있다"며 "정당하게 진행하는 파업조차 하청일 경우에는 불법으로 보고 손배소를 제기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의 공동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영우 민변 측 노동위원장은 "우리나라 쟁의행위에서 손해배상 문제에 가장 핵심적인 구조는 점거 등 수단·방법에 의한 것이 아니고 파업의 목적에서 나온다"며 "정리해고 반대 파업이나 구조조정 반대 파업, 조직 통폐합 반대 파업이나 이런 쟁의행위의 목적과 관련한 영역에서의 문제들이 많이 나타난다"고 꼬집었다.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가 제안한 노란봉투법에 따르면 노조법 2조 개정안은 쟁의행위의 전제조건으로서 정당한 노동사건의 전제조건을 새롭게 구축할 것을 제안했다. 하청·파견 등이 만연한 바뀐 노동현실과 헌법상 노동 3권에 부합하도록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노조법 3조 개정안은 파업권이 손해배상의 위협 아래서 무력화돼서는 안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민법이 아니라 헌법과 노동법의 관점에서 손해배상 제한이 필요하다는 입장에서 개정안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쟁의 행위의 원인(사용자의 불법행위에 방어하기 위한 쟁의행위), 손해배상청구의 목적(노조 파괴 및 조합원 괴롭힘 목적의 소권 남용 제한), 파장 등 종합적인 사정을 고려해 손해배상책임을 따지는 등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을 실질화했다는 게 운동본부 측의 설명이다.
 
이용우 위원장은 이번 정부의 실태조사와 관련해 "정부는 노사관계에 있어서 매우 중립적이고 공정한 위치에서 심판자 역할을 해야되는데 플레이어로 등장해서 매우 잘못된 실태조사 결과를 논거로 제시하고 있다"며 "그 자체로 매우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23일 노동계·시민사회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손해배상 소송·가압류 실태조사 결과 및 해외사례'와 관련해 매우 잘못된 실태조사 결과라며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사진은 노란봉투법 발의 기자회견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
용윤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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