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종합 국정감사에서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와 관련해 데이터센터의 '설계' 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타가 이어졌다.
24일 정청래 과방위원장은 "화재가 발생한 데이터센터 건물 지하 3층은 원래 주차장으로 설계가 됐다"며 "전기실 및 기계실 등은 지하가 아닌 지상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지상에 시설 두는 것보다 지하에 두면 임대료가 싸다"며 "결국 임대료를 주는 측이나 내는 측이나 돈 문제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에 나온 사고"라고 꼬집었다. 정 위원장은 "미국 등은 기계실, 전기실 등은 전부 지상에 배치한다"며 "특히 관제실은 소방대원들이 상황을 통제할 수 있도록 전부 지상에 두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데이터센터 설계 자체에 문제가 있어 화재 사고를 야기했다는 것이다.
설계 변경과 관련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최 회장은 "원래 주차장 시설이었다는 것을 몰랐다. 점검하겠다"고 언급했다.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종합 국정감사에가 진행됐다. (사진=뉴시스)
현행법 상 저촉되지는 않지만, 애초 일반연구용지로 분양받은 탓에 건물 자체가 데이터센터용으로 설계된 것이 아니었고, 이로 인해 화재에 취약한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민의힘 홍석준 의원은 "처음부터 건물이 데이터센터용으로 설계된 것이 아니고, 일반연구용지로 분양받았다"면서 "데이터센터는 부속시설인데, 건물 전체를 데이터센터로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확장가능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당 윤두현 의원은 "용지공급 지침서를 보면, 일반 연구용지는 신기술이 융합하는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 중심으로 최첨단 신기술 및 지식개발을 위한 시설유치라고 돼 있다"며 "애초에 업무용 시설로 승인받았는데, 방송통신용 데이터센터로 쓰면 목적 외 사용 아닌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성하 SK㈜ C&C 대표는 "2018년 건축법 시행령 이전에는 현존하는 모든 데이터센터들이 통신방송센터시설이 아니라 일반용으로도 허가 받았다"며 "당시 유권해석에 따르면 데이터센터는 연구용지에서 가능했다"고 말했다. 법적으로 설계상 위반한 사항이 없다는 얘기다.
화재 진압 과정에서 물을 사용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도 도마에 올랐다. 화재 당시 소방 당국이 물로 진압하기 위해 SK㈜ C&C 측에 전력 차단을 요청했다. 이는 이번
카카오(035720) 서비스 먹통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주요 쟁점이기도 하다.
정 위원장은 지하 3층에 기름탱크 존재 유무를 물으며 SK㈜ C&C의 위험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 한 것에 대해 질책했다. 정 위원장은 "왜 물로 끌 수밖에 없었냐"면서 "화재 진압 지연으로 다른 대형 사고가 이어질 것을 우려한 것이 아니냐"면서 "전기실 옆에 기름탱크가 있는 것에 대해 알고 있었냐"고 물었다. 박성하 대표는 "완전히 반대편쪽에 있으며, 방화벽이 3개가 놓여있다"며 기름탱크로 인한 화재의 위험성 지적에 대해 선을 그었다. 하지만 정 위원장은 "법적으로 불법은 아니지만 같은 층에 기름탱크가 있었던 것이 문제였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이날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국감장을 떠나기 전까지 SK㈜ C&C 판교 데이터센터의 화재 사태와 관련 거듭 사죄했다. 최태원 회장은 "사태의 원인이 된 화재사고를 내 국민께 죄송하다고 생각한다"며 "재발방지는 물론이고, 재발하더라도 이렇게 일이 커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