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서울 이태원에서 핼러윈 데이를 즐기러 온 인파들이 좁은 골목길에서 뒤엉키다 153명이나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2014년 304명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 이후 최악의 인명 피해로, 서울지역에서 150명 이상이 숨진 사고는 지난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이후 27년 만이다.
30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29일 10시15분쯤 이태원 해밀턴호텔 인근 골목에서 수십 명이 깔렸다는 119 신고가 접수됐다.
불과 100여m 거리에 있는 용산소방서 등에서 곧바로 현장 출동했지만, 이날 핼러윈 데이를 맞아 10만여명이 몰려 구급차 진입 자체에 애를 먹었다.
구급인력과 일부 행인들이 구조에 나섰지만, 경사진 좁은 골목에서 사람이 6~7겹으로 깔려 있어 아래에 깔린 사람을 빼내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후 10시38분 대응 1단계를 발령한 데 이어 11시13분 대응 2단계, 11시50분 대응 3단계를 잇달아 발령하며 경기·인천 지역을 비롯한 전국의 구급차·인력까지 현장에 투입했다.
약 한 시간 가까이 혼란을 겪던 사고 현장은 2단계가 발령된 후 축제를 중단하고 일대 통행이 제한한 후에야 점차 모습을 드러내며 구조에 속도를 띄기 시작했다.
구조인력과 시민들이 달려들어 호흡정지에 빠져 있는 사상자들을 살리기 위해 곳곳에서 심폐소생술(CPR)을 했지만, 이미 30일 오전 1시 기준 심정지 환자만 21명에 달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30일 오후 4시30분 기준으로 사망자가 이날 오전보다 2명 증가해 153명으로 늘었다. 외국인 사망자는 2명 늘어 20명이다. 외국인 사망자 국적은 중국, 이란, 우즈베키스탄, 노르웨이 등이다. 부상자는 21명 늘어 103명으로 집계됐다. 중상자는 24명, 경상자는 79명이다. 외국인 부상자는 15명이다. 이에 따라 이번 참사로 인한 사상자 수는 총 256명까지 늘어났다. 여기에 중상자들 상태에 따라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중대본은 내다보고 있다.
사망자의 대부분은 10~20대이며 여성 비율이 높다. 153명 가운데 현재 141명만 신원이 파악된 상태다. 나머지 12명은 주민등록이 형성되지 않은 17세 미만 내국인과 외국인으로, 신원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망자 중 여성이 많았던 이유는 압사 사고 특성상 상대적으로 체격이 작고 근력이 약한 여성이 미처 빠져 나오지 못해 보다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참사가 발생하자 정부는 사고 수습과 유가족 지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날 새벽 대통령 주재 회의 직후 국무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설치했다.
정부는 용산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이날부터 내달 5일까지를 국가 애도기간으로 정해 사망자에 대한 조의를 표하기로 했으며, 서울시는 합동 분향소를 설치·운영할 계획이다.
경찰은 475명 규모로 수사본부를 구성해 일대 폐쇄회로(CC)TV와 SNS 영상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사고 원인과 경위를 파악하고, 온라인상 허위사실 유포 행위 등에 대응하고 있다.
서울시는 사망자 인적사항과 가족 연락처를 파악해 유족을 지원해 장례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태원관광특구협의회는 자체적으로 31일까지 이태원로 주변 100여 개 업소를 중심으로 영업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서울시는 사고 직후 한남동 주민센터에서 실종자 신고접수 상황실을 설치했으며, 방문과 전화를 통해 실종자 신고를 받고 있다. 또한, 120다산콜센터에서도 실종신고 접수를 받고 있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접수된 실종신고 건수는 누적 3580건(전화 3493건, 방문 87건)이다.
유럽 출장 중인 오세훈 서울시장도 네덜란드에서 사고 소식을 접한 후 곧바로 귀국해 이날 오후 현장을 방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