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우리는 SH공사(서울주택도시공사) 본사 이전을 위한 준비가 다 끝났어요. 사무소 신설로는 이전 효과를 기대할 수 없고, 고밀 개발은 더 늦어지기만 하고 주민들도 원하지 않습니다.”
류경기 중랑구청장은 지난 28일 중랑구청장 집무실에서 가진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조속한 SH공사 본사 이전을 촉구했다.
당초 SH공사 본사 이전은 2019년 강남북 균형발전 차원에서 강남지역 주요 공공기관의 강북 이전 일환으로 추진돼 2020년 서울시와 중랑구, SH공사 3자가 협약까지 맺었다. 이후 구 차원에서 SH공사 지원을 위한 조례는 물론 이전 부지를 2종 일반주거구역에서 준주거구역으로 용도지역도 변경하고, 지방공기업평가원의 타당성 검토도 마쳤다.
류경기 중랑구청장이 지난 28일 <뉴스토마토>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중랑구)
그러나 서울시장과 SH공사 사장이 바뀐 사이 당장 이뤄질 것 같던 본사 이전이 조금씩 늦어지는 분위기다. SH공사 내부에서 반발이 계속되면서 현 본사를 두고 일부 시설만 이전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현재 SH공사는 지역 랜드마크와 사업성 개선을 이유로 해당 부지에 고밀도 복합개발 용역을 추진하고 있다.
류 구청장은 “본사 이전을 추진한 이유가 직원에 더해 본사를 찾는 고객들까지 연간 10만명을 이쪽으로 유치하자는 뜻”이라며 “당초에 그렇게 약속을 해서 협약을 맺고 준비를 다 한거고 오세훈 시장도 두 차례나 공약으로 본사 이전을 하겠다고 밝혔다”고 강조했다.
중랑구가 조속한 이전을 원하는 이유 중 하나가 공공기여에 따라 설립되는 공연장 건립이다. 전문공연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중랑구 입장에서 600석 규모의 전문공연장 건립은 가볍게 지나칠 수 없는 얘기다.
류 구청장은 “이전 부지는 주변이 다 아파트로 고밀 개발이 맞지 않고, 주민들도 플래카드까지 내걸고 분명히 반대를 하고 있다”며 “2년이나 벌써 늦춰지고 있는데 다시 고밀 개발 검토를 하면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아야 해 임기 내에 하지 못한다”고 우려했다.
류경기 중랑구청장이 작년 5월31일 신내동 우리동네키움센터에서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있다. (사진=중랑구)
류 구청장이 2018년 처음 취임했을 당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 교육이다. 상대적으로 교육환경이 낙후된 중랑에선 “살기는 좋은데 아이를 학교 보낼 나이가 되면 이사가야 한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 정도였다.
류 구청장은 교육지원경비에 주목했다. 교육지원경비는 교육부나 교육청에서 지원하는 예산과 별도로 각 지자체에서 지역 교육환경 개선이나 프로그램 운영 등을 위해 집행하는 예산이다.
류 구청장 취임 당시 연간 교육지원경비는 38억원으로 25개 자치구 중 중간 수준이었다. 올해 교육지원경비는 80억원으로 25개 중 3위다. 류 구청장은 앞으로도 매년 20억원씩 늘려 임기 말엔 2배인 160억원으로 서울 최고 수준을 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류 구청장은 “교육은 국가에서 맡지만 현실적으로 교육 격차가 발생했고, 그 격차를 메우려면 더 공격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며 “방과후 프로그램이 다양해지고, 스마트 교실이 생기며 급식실·도서관이 좋아지니 다른 지역에서 온 교장선생님들이 먼저 ‘이런 지원을 경험해보지 못했다’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교육도시 중랑의 변화는 교육지원센터에서도 찾을 수 있다. 25개 자치구 중 자체 교육지원센터를 갖춘 자치구는 단 8개 자치구다. 중랑구는 작년 5월 방정환교육지원센터를 문 열었다. 4차산업 체험, 진로직업 체험, 자기주도학습 지원 등에 1년간 4만명이 몰렸다. 류 구청장은 임기 내 제2방정환교육지원센터도 문 열 계획이다.
변화는 단순히 하드웨어나 예산 지원에 그치지 않는다. ‘취학 전 책 1000권 읽기’ 프로그램은 5~7세 어린이 중 3분의 1 이상이 참여하며, 다른 지역에서 벤치마킹까지 하는 중랑구만의 지역 문화로 자리잡았다. 아이들 각자가 독서습관을 기르는 것은 물론 도서관마다 아이들로 북적대면서 동네 풍경까지 조금씩 바뀌고 있다.
류 구청장은 “교육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을 줄이니 이제는 ‘중랑에서 교육을 시켜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고 학부모들이 인식하기 시작했다”며 “더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줘 앞으로는 ‘여기서 더 큰 혜택을 볼 수 있다’라는 얘기까지 듣고 싶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중랑구의 절반 가량은 저층주거지다. 20년 이상된 노후주택이 80%를 차지한다. 주차장, 공원, 문화체육시설, 도로 등 생활SOC시설도 부족한 상태다. 이러한 개발 욕구를 반영하듯 재개발·재건축·모아타운 등 각종 주택개발사업이 진행 중인 지역만 18곳으로 서울에서 제일 많다.
류 구청장은 “주택개발과를 새로 만들어 주택개발만 전문적으로 지원해 다양한 개발사업 중 그 지역에 맞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며 “뉴타운 때부터 개발이 미뤄지면서 주민들의 아픔이 큰데 이번엔 확실하게 도시구조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경기 중랑구청장이 지난 3월3일 중랑구청 기획상황실에서 주택개발사업 추진보고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중랑구)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