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이태원 '핼러윈 데이' 참사 이후 다수의 군중이 밀집된 상황에서 데이터를 활용한 사전 예방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빅데이터 등 이미 생산돼 활용이 가능한 디지털 자원을 접목한 위기관리 시스템 마련으로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지난 1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이른바 '인파관리(crowd management)' 개념을 강조하며, 이태원 참사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위기관리 시스템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재난 관련 컨트롤타워는 행정안전부이긴 하나, 각종 디지털 기술 관련 주무부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인 만큼 과기부의 역할 또한 못지 않게 중요해진 상황이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과학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재난 예방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현재 실무 검토를 진행하는 단계로, 향후 관련 사항을 취합해 논의 과정을 거쳐 구체적인 방안을 가급적 빨리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사전 예방 체계와 관련한 기술과 시스템을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며, 재난에 대한 콘트롤타워는 행정안전부인 만큼 재난 예보 측면으로 가게 되면 해당 부처에서 맡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이동통신사의 기지국정보(CPS·가입자 위치정보시스템)나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인구 밀집을 분석하는 기술과 데이터는 확보된 상태다. 문제는 이를 활용하는 시스템과 제도는 미미하다는 데 있다. 일례로 밀집도를 판단하더라도 미리 재난 예보를 보내거나 해산하는 행정명령을 할 수는 없다. 이 때문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재난 발생 가능성에 대한 정확한 기준 설정과 대응에 대한 세부적인 매뉴얼 마련 등 행정의 고도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여당이 추진하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 개정안 역시 예방 시스템 구축에 초점을 맞췄다. 불특정 다수의 군중이 모여 있을 때 이통사가 기지국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활용해 재난 안전문자를 사전에 보내는 '조기경보 시스템'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재난문자방송 기준 및 운영 규정에 따르면 현재 사회 재난은 태풍처럼 미리 재난문자를 보낼 수 있는 자연 재난과 달리 별도의 사전 경보 시스템이 없다.
정부는 우선 기지국정보를 바탕으로 유동 인구 분석 작업에 나선 상태다.
SK텔레콤(017670)은 행정안전부 요청에 따라 '지오비전 서비스'를 개방했다. 지오비전 서비스는 유입·유출인구와 실시간 유동 인구 서비스를 제공하며 카드·금융사와의 협업을 통해 상권분석과 매출 예측이 가능하다.
KT(030200)는 휴대폰 기지국 신호 빅데이터를 활용해 주요 지역의 인구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실시간 인구 데이터'를 서울시에 제공하고 있어 별도 요청은 없는 상태다.
LG유플러스(032640)는 현재 누적된 비실시간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수요에 따라 충분히 관련 데이터 구축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도 국가기관들과 지자체들 간 협업이 원활히 이뤄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재난통신망 가동 시스템을 재점검하고, 주최자가 없는 행사라도 관할 구역의 책임자는 단체장인 만큼 소방·경찰과의 공조를 원활히 해 시민 안전을 담보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종수 숭실대학교 재난안전관리학과 교수는 "재난현장에서는 시·구 두 단체장이 통합 지휘해야 하는데, 이들이 과연 매뉴얼에 따라 올바른 역할을 했는지 되짚어봐야 한다"면서 "통합 지휘를 위해선 통신도 일원화 돼야하고, 이미 구축돼있는 재난통신망을 통해 경찰·소방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일 오후 이태원 사고 참사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서울광장에서 추모객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