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지난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 당시 재난상황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상황실이 정작 소속 외청인 경찰의 112 신고를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성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3일 중대본 브리핑에서 “119 관련 정보는 실시간으로 받아 상황관리를 하지만, 112 관련 사항은 아직까지 받을 수 있는 체계가 구축되지 않아 미비한 부분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참사 당일 4시간 전인 오후 6시쯤부터 112 시고가 11건이나 접수됐으나 이 내역이 행안부 상황실로 전달되지 않았다. 행안부 상황실이 처음 상황을 인지한 시간은 오후 10시15분으로부터 33분 지난 오후 10시48분이다. 이미 소방 대응 1단계 발령 이후다.
행안부 상황실은 관련 부처와 경찰·소방 등 유관기관에서 파견 나와 교대로 24시간 근무하면서 전국의 육상·해상 재난상황을 총괄 지휘하는 역할이다. 그러나 정작 소속 외청인 경찰청은 재난안전관리법상 보고 기관으로 포함되지 않아 법 개정 없이는 112 신고 사항을 전달받을 수 없다.
3일 오전 서울 참여연대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와 정부 대응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의 어머니가 발언을 들으며 눈물을 닦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또한, 행안부 상황실의 보고체계가 참사 당일 비효율적으로 작동해 대응 2단계 발령 이후에야 장관 보고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보고 기준을 사안의 심각성이나 중요성이 아닌 대응 2단계 발령 여부로만 판단한 셈이다.
행안부 상황실은 지침을 근거로 소방 1단계로 접수되면 관련 국·과장에게, 2단계로 접수된 상황은 장·차관과 직원들에게 전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보다도 19분 늦게, 해외에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동일한 시간에 최초 보고를 받았다.
김 본부장은 “결과적으로 보면 단계별 접근이 효과적이고 또 효율적인 측면도 있지만 또 상황에 따라서는 정보 전달이 신속하게 이루어지지 못하는 부분도 있지 않나 싶다”며 “내부적으로 검토를 해서 개선방안이 없는지 검토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서울시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서울시 역시 11시13분 2단계 발령으로부터 7분 후인 11시20분 네덜란드 출장 중인 오세훈 시장에게 보고했다. 서울시 역시 ‘대응 2단계 발령’을 보고 근거로 들고 있다. 다만, 서울시는 김의승 행정1부시장이 직무대리로 현장상황 파악 및 대책본부 구성을 지시했다.
소방청은 긴급한 상황을 고려해 바로 대통령실에 보고했음에도 행안부와 서울시는 대응 단계만을 기준으로 안일하게 대응하다 초기 현장 통제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대통령이 장관·시장보다 먼저 상황을 인지했다는 것을 두고 재난 전달체계 붕괴라는 목소리도 일고 있다.
당시 112 신고가 4시간 전부터 있었음에도 참사가 벌어진데다 초기 구조에 큰 어려움을 겪었는데도 재난문자가 1시간36분이 지난 11시56분에 첫 발송되는 등 희생자를 줄일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친 것을 두고 소방·경찰을 담당하는 행안부와 서울시에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이일 소방청 119대응국장은 “행안부에서 대통령실로 보고하는 것이 아니고 저희들이 행안부로 보고할 때 관련 부처 동시에 연락을 취하고 있다”며 “그 과정에서 대통령실로 보고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