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과몰입러'를 낳았던 환승연애가 종영하면서 애청자였던 나 역시 아쉬웠다. 처음에는 이별한 커플이 한집에 모여 새로운 인연을 찾는다는 컨셉에 처음엔 무슨 헐리우드인가 싶어 다소 뜨악했지만 출연자들의 진정성 있는 모습에 어느샌가 몰입하게 됐다. 단순히 새로운 인연을 찾는 게 아니라 전 연인도 함께 섞여 있으면서 겪게되는 다채로운 감정들이 새롭게 다가왔다. 단순히 현재의 설렘만이 아니라, 과거부터 시작해 현재와 미래까지 이어지는 인연의 고리와 그들의 시간들이 촘촘히 보였다.
만약 나도 나간다면 누구랑 나갈지, 재회를 원할지 환승을 원할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다시 한번 보고 싶은 인연이 있는가 하면 우연히라도 마주치고 싶지 않은 얼굴도 떠올랐다. 결론적으로 재회 1커플, 환승 2커플이 탄생했는데 이들의 서사 역시 각각 특별했고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매회 76분~188분까지 이어지는 흐름을 따라가다 보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너무나 잘 알겠고, 추억으로 남겨둬야 아름다운 인연이 뭔지도 느꼈다.
'사랑'이란 감정도 얼마나 요동치고 가변적인지도 봤다. 자신은 분명 미련이 없고 전 연인의 행복을 빈다고 확언했던 이도 막상 같은 공간에서 지내며 그러한 다짐이 무너져 내렸고, 마음이 있다던 이는 같은 공간에서 지내며 오히려 마음이 뜨기도 했다. 정말 사랑했지만 갑자기 남이 되고, 너무나 무덤덤해진 한쪽의 모습을 보며 어쩌면 사랑 자체도 찰나의 허상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솔로', '돌싱글즈' 등 연애리얼리티가 인기를 끌자 '사랑하시개', '맥시멈러브', '솔로지옥' 등 연애프로그램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체인에 묶여 밤낮을 보내거나 하룻밤 함께 잠을 자보고 만남을 이어갈지 결정하는 자극적인 소재를 앞세워 흥미를 유발하는 등 '선정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프로그램이 많다. 궁금해서 한 번쯤 보는 시청자는 있겠지만, 결국 소구력 있는 프로그램은 단순히 자극적인 소재보다는 출연자들의 진정성이 잘 드러날 수 있는 콘셉트를 세우고 이를 잘 풀어내는 연출력이 아닐까 싶다. 우리도 모두 누군가의 사랑이었던 것처럼 개개인의 서사들을 잘 빌드업해서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연애 프로그램이 나오길 고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