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방재센터입니다. 건물 내 지하 1층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전 임직원은 코와 입을 가리고 신속하게 건물 밖 집결 장소로 대피해 주시기 바랍니다."
15일 오후 대전 유성구
LG유플러스(032640) 연구개발(R&D)센터. 화재경보가 요란하게 울리는 가운데 임직원들이 "불이야"를 외치며 건물 밖으로 나왔다. 이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R&D센터 수배전반에서 원인 미상의 화재로 인근 지역에 유·무선 통신망 장애가 발생한 상황을 가정한 '정보통신사고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을 진행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유관기관인 소방·경찰이 현장에 도착해 화재진압과 교통통제를 했다. 한국전력은 화재장소 전력차단과 인입전력을 복구했으며, 보건소에서는 현장 응급의료소를 설치했다.
15일 오후 대전 유성구 LGU+ R&D센터에서 진행된 '정보통신분야 안전한국훈련'에서 임직원들이 건물 밖으로 대피하고 있는 모습. (사진=홍연 기자)
재난대책본부를 구성한 LG유플러스는 과기정통부에 상황을 전파하고 현장상황실을 열어 실시간 화상회의로 소통했다. 홍진배 과기정통부 네트워크 정책실장은 경보 발령 기준과 피해 규모를 고려해 위기경보 '경계' 단계를 발령했다. 위기평가와 상황판단 회의 결과 보고는 재난통신망을 통해 이뤄졌다. 이날 훈련에 참석한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현장 상황을 잘 파악해 이용자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신속하게 조치해달라"고 지시했다.
화재로 R&D센터의 인입맨홀 내 광케이블 12조와 유무선 통신설비가 소손됐고 이로 인해 충청이남 지역의 인터넷과 IPTV, 인터넷전화, 시내전화, 무선 회선이 영향을 받았다. 우회통신경로와 백업시스템이 자동으로 트래픽을 우회시켜 서비스는 정상으로 제공됐다. 그러나 R&D센터와 직접 연결된 유성구, 중구, 서구 일대는 긴급복구가 시급한 상황이었다. 과기정통부는 특정 사업자의 무선망 장애시 타 통신망을 이용할 수 있는 '이동통신 재난로밍' 개방을 요청했으며, 누구나 접속할 수 있는 재난 와이파이도 개방해 전체 통신사 와이파이가 'Public WiFi Emergency'로 나타났다.
개방된 재난 와이파이 'Public WiFi Emergency'
소상공인의 영업활동에도 차질이 없도록 스마트폰 테더링을통한 카드결제서비스도 개시됐다. 광케이블 단선지점에는 긴급복구반이 투입돼 소손된 케이블을 제거하고 응급 복구 케이블과 연결하는 접속작업이 진행됐다. 단선으로 다운됐던 IP장비에서도 LG유플러스가 자체 개발한 스마트폰 콘솔앱으로 일괄적으로 장비 가동 명령어를 입력할 수 있었다. 이후 과기정통부 재난안전상황실에서 최종 복구상황을 점검한 뒤 김정삼 과기정통부 정보보호네트워크정책관은 재난로밍 조치를 해제하고, 정보통신사고 위기경보 '경계' 단계 발령을 해제했다.
이번 훈련은 '카카오톡 장애'를 야기한 SK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발생 이후 한 달 만에 이뤄진 것이다. 이 장관은 훈련이 끝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핵심 시설과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디지털 재난 대응 체계를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각 부분별로 분산된 위기 대응체계를 통합해 종합적이고 상시적인 디지털 위기관리 대응 체계를 정립해 나가겠다고도 했다. 이 장관은 "사고 원인에 대해 경찰·소방 등에서 분석하고 있고, 전문가들이 법제화하기 위해 제도적 장치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과기정통부도 화재 사건을 교훈 삼아 데이터 센터 (시스템의) 이원화 부분을 잘 살펴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훈련에 참석한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는 "최근 IDC 화재 사건으로 인해 통신 서비스 장애에 대한 전 국민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LG유플러스는 이번 안전한국훈련과 같이 실제 통신 재난 발생 시에도 유관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신속한 대응과 복구를 진행해 안정적인 통신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그룹 차원에서 이런 일이 절대 발생하면 안 되겠다는 의식이 굉장히 강하다"면서 "에너지솔루션을 같이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세세하게 들여다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훈련 종료 후 이 장관과 황 대표는 긴급 복구 시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교육훈련이 진행되는 '네트워크 안전체험관'을 방문했다. 이날 훈련이 진행된 LG유플러스 대전 R&D센터는 1992년에 준공된 연구시설이자 국가기반시설이자 A급 중요통신시설이다. 지하 1층, 지상 4층 건물로 규모 6.0을 견딜 수 있게 설계됐다. 재난 상황을 대비해 국제전화와 유선전화 기능의 핵심 국사인 LG유플러스 안양 국사와 이원화 체계가 구성돼 있고, 기간전송망 ·인터넷망의 허브 역할을 담당한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LGU+ 관계자로부터 이동기지국과 관련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홍연 기자)
대전=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