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서울시가 서울 최초이자 유일한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의 향방을 결정할 토론회를 연다.
17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는 21일 신촌 파랑고래에서 주민, 상인, 대학생, 시민단체, 전문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관련 의견수렴을 위한 시민 토론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신촌로터리에서 연세대 삼거리에 이르는 550m에 이르는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는 지난 2014년 1월부터 조성됐다. 2011년 연세대 송도캠퍼스 조성 이후 신촌상권 쇠락이 가시화되면서 보행환경을 개선하고 거리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전국적으로 볼 때 일반 차량 통행 없이 버스, 16인승 이상 승합차만 다닐 수 있는 대중교통전용지구는 대구 중앙로와 부산 동천로에서도 운영 중이다. 택시와 조업차량은 특정시간에만 다닐 수 있다.
서대문구는 이성헌 구청장의 주요 공약으로 대중교통전용지구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서대문구는 지난 9월23일 차량 접근성 개선 및 교통불편 해소, 신촌상권 부활의 계기를 목적으로 서울시에 폐지를 요청했다.
서대문구의 가장 큰 명분은 상권 활성화다. 1990년대까지 강북 3대 상권으로 꼽히던 신촌상권이 몰락한 원인을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찾았다. 차량 접근이 막히면서 유동인구 유입이 줄어 상권이 줄어들었다는 논리다.
서울신용보증재단 소상공인정책연구센터에서 서대문구 내 각 지역의 상권분석을 진행한 결과, 연세로가 위치한 신촌동의 경우 상업 점포의 5년 생존율이 32.3%로 서대문구 14개 동 가운데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작년 한 해 개·폐업 점포 수를 분석한 결과 서대문구 나머지 지역에선 개업이 폐업보다 42개 많았던 것에 비해, 신촌동은 폐업이 개업보다 91개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기는 펜데믹으로 전체 대학 상권이 부진하던 시기이기도 하다.
상인들은 대체로 폐지에 힘을 싣고 있다. 서대문구 조사에서 상인은 258명 가운데 67.1%인 173명이 찬성했다. 신촌 상인 1984명이 통행 허용 탄원서를 서대문구에 제출하기도 했다.
지난 9월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에 걸려있는 차 없는 거리 해제를 찬성하는 현수막 모습. (사진=뉴시스)
반대 주장도 만만치 않다. 상권 쇠락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업, 상권 다양화 실패, 홍대 등 인근 상권 활성화의 영향이지 대중교통전용지구 운영이 주 원인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경실련, 서울환경운동연합 등 다수의 시민단체는 환경 및 대중교통 정책 퇴보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2019년 발간한 서울연구원의 ‘걷는 도시 서울, 정책 효과와 향후 정책 방향’ 보고서를 보면 2018년 연세로 유동인구는 2011년보다 11.6% 늘었다. 2018년 연세로 상권 매출액도 2017년보다 10% 늘어났다.
연세대·서강대·이화여대 총학생회 등 대학생 자치단체들은 ‘신촌지역 대학생 공동행동’을 만들어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공동행동이 실시한 대학생 설문조사에서 80%가 폐지를 반대했다. 서대문구 조사에서도 연세대 학생은 1393명 중 71.9%인 1002명이 반대입장을 밝혔다.
서울시는 일단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번 토론회에서 의견 수렴을 하되 대중교통전용지구의 상징성과 정책성을 고려해 운영방향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백호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가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지역주, 각계각층의 심도 깊은 의견을 청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환경연합 및 시민단체들이 10월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 스타광장에서 서대문구의 차 없는 거리 졸속해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