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2020년 말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행사 참가자 명단을 방역당국에 제출하지 않은 종교단체 간부들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원심을 대법원이 파기 환송했다. 당시 종교단체가 행사 참가자 명단 제출을 거부한 행위가 감염병예방법상 ‘역학조사 거부 행위’에 해당하는지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17일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상주 BTJ 열방센터 관리자와 교육집행위원장에게 징역 1년과 벌금 300만원을 각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BTJ 열방센터는 지난 2020년 11월 27일~28일 이틀간 운영 수련시설에서 전국 신도들을 모으는 선교행사를 개최했다. 당시 행사에 참가한 신도와 시설 종사자 중 대다수가 코로나19에 확진됐다.
이에 상주시 역학조사 담당자가 행사 출입자와 시설 종사자 명단을 제출해달라고 요구했지만 BTJ 열방센터 관리자와 교육집행위원장은 참석자 일부가 누락된 명단을 내는 등 실제 명단을 제출하지 않았다.
1·2심 재판부는 “상주시 측의 요청을 거부한 피고인들의 행위는 감염병예방법 18조 3항 1호에서 정한 ‘역학조사를 거부한 행위’에 해당한다”며 BTJ 열방센터 관리자·교육집행위원장에게 징역 1년과 벌금 300만원을 각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상주시 측의 명단 제출 요구가 구 감염병예방법 시행령이 정한 요건을 충족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심리해 적법한 역학조사가 실시됐는지 확정하지 않은 채 피고인들의 행위가 ‘역학조사를 거부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는 감염병예방법 18조 3항에서 정한 ‘역학조사’ 의미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형벌법규 구성요건적 요소에 해당하는 ‘역학조사’는 감염병예방법 2조 17호 정의에 부합할 뿐 아니라 감염병예방법 18조 1, 2항과 29조, 감염병예방법 18조 4항의 위임을 받은 감염병예방법 시행령이 정한 주체, 시기, 대상, 내용, 방법 등의 요건을 충족하는 활동만을 의미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면서 “감염병예방법 18조 3항 1호에서 정한 ‘역학조사를 거부하는 행위’가 성립하려면 행위자나 그의 공범에 대하여 감염병예방법 제18조 제3항에서 정한 ‘역학조사’가 실시되었음이 전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8월 신도 명단 제출을 거부한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에 대해서도 이 같은 취지로 판단, 무죄를 확정한 바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형벌법규의 구성요건 요소에 해당하는 감염병예방법 18조 3항에서 정한 ‘역학조사’의 의미와 범위(시행령이 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적법한 역학조사를 의미하고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는 점)에 관해 최초로 판시한 판결”이라고 밝혔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