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정부가 5G 28㎓ 주파수 이용 만료 1여년을 앞두고
LG유플러스(032640)와
KT(030200)에 대해 주파수 할당 취소라는 행정제재에 나섰다.
SK텔레콤(017670)은 이용 기간 단축이라는 처분을 받았지만, 내년 5월31일까지 당초 할당조건인 1만5000 장치를 구축하지 못할 경우 비슷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낮은 수익성과 수요 부족을 이유로 정책 변화를 요구했지만, 결국 전례없는 정부의 강경 대응에 통신업계는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특히 정부가 28㎓ 할당이 취소된 주파수 2개 가운데 1개를 신규 사업자에게 공급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침에 따라 '통신2사와 신규사업자'라는 새로운 경쟁 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5G 주파수 할당조건 이행점검 결과 LG유플러스와 KT에 대해 5G 28㎓ 할당취소 통지를 내렸다. SK텔레콤은 6개월 이용기간 단축 처분을 받았다. 내년 5월31일까지 주파수 사용은 가능하지만, 남은 6개월 기간 동안 당초 할당조건인 1만5000 장치를 구축해야 한다.
통신3사는 각각 2070억원씩 주파수 이용 대금을 내고 800㎒씩 28㎓ 주파수를 할당받았다. 하지만 전파도달거리가 짧고 회절성과 투과성이 떨어져 전국망이 깔린 3.5㎓ 대비 장비 설치 등에 많은 비용이 든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28㎓를 활용한 5G망 구축은 경기장·지하철 등 한정된 공간에 기지국을 설치하거나 지하철 와이파이 실증사업에 적용됐다. 이러한 비즈니스모델(BM)은 명확하지 않고 수익성도 떨어져 투자에 소극적이었다. 할당받은 주파수를 활용하지 못하면서 회계상 손상처리도 진행됐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재무제표에 28㎓ 주파수 이용권을 1860억원 손상차손으로 반영했다. 같은 기간 LG유플러스는 27억2900만원을 손상차손으로 인식했다. 앞서 LG유플러스의 손상차손 인식액은 1941억7600만원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28㎓는 빠른 통신이 필요한 산업 현장 등 특정 지역에서 활용하는 형태로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 직원들이 5G 전파 송출을 보름 앞두고 기지국을 설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과기정통부는 통신3사가 5G 28㎓ 투자에 인색했다고 평가했다. 투자를 늘릴 수 있었음에도 투자비를 아끼려했고, 할당조건 불이행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28㎓를 확대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호주·인도 등 33개 국가는 주파수 할당 또는 관련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전 세계적으로 28㎓ 칩셋이 탑재된 스마트폰만 50종 이상으로 지난해 기준 6100만대가 보급됐지만, 국내에서는 28㎓ 투자 부족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박윤규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당국자로서, 또 그동안 3년여의 시간을 통신3사와 28㎓ 활성화를 위해서 머리를 맞대고 같이 노력했던 측면에서는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이동통신 강국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28㎓ 대역 생태계 확대는 필수적 요소로 봤다. 앞으로 6G나 그 이상 이동통신 발전하는 데 있어서 28㎓ 대역 주파수 이용 경험이나 기술적 완성도는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이에 28㎓ 대역에 대해 정책적으로 뒷받침해 경쟁울 강화한다는 정책방향을 세웠다. LG유플러스나 KT 등 2개 중 1개의 28㎓ 주파수는 신규 사업자에 개방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다음달 청문절차를 거쳐 2개 사업자가 최종적으로 할당취소되면, 과기정통부는 취소 주파수 대역 중 1개 대역에 대해서는 신규 사업자 진입을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잔여 1개 대역은 일정기간 경과 후 경쟁을 통해 공급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할당 취소된 2개 사업자 중 1개 사업자에게는 추후 28㎓ 주파수 공급이 제한될 수 있다. 28㎓ 대역에 관해서는 통신3사간 경쟁이 아닌 통신2사와 신규사업자 체제로 경쟁을 확대하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가 28㎓ 대역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는다. 스페이스X는 내년 초 한국에서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스타링크는 대부분 국가에서 28㎓ 대역을 사용한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는 "원칙적으로 원하는 사업자가 조건과 기준이 맞으면 들어올 수 있다"면서도 "외국 사업자의 경우에는 기간통신사업에 대한 일정 정도 제한 조치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