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가 급격한 전동화 전환에 고사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차에 비해 부품 수가 적고 공정이 단순해 매출을 올리기 어렵다. 여기에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전기차 전환에 맞춰 인력조정을 단행하면서 연쇄적인 일자리 감소도 우려된다.
22일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회사(현대,
기아(000270), 한국지엠, 르노코리아, 쌍용, 타타대우)와 직접 거래하고 있는 1차 협력업체 수는 전년 대비 1.6% 감소한 732곳이다. 이중 대기업이 297곳(40.6%), 중소기업이 435곳(59.4%)이다. 이 기간 대기업은 266곳에서 30여 곳 늘은 반면 중소기업은 478곳에서 40여 곳 줄었다.
2020년엔 부품업체 수 감소폭이 더욱 두드러졌다. 총 478곳으로 2019년 대비 9.7% 줄었다. 중소기업 감소폭(14%)이 대기업(1%) 보다 컸다. 2019년부터 하이브리드차를 중심으로 친환경차 판매가 급격히 늘면서 모터 등 관련 부품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이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탓이다. 국내 부품업체들은 현대차·기아 의존도도 높다. 지난해 기준 90%에 달한다.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직원들이 아이오닉 5를 조립하고 있다.(사진=현대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가 계열사를 통해 자체 조달하는 비중을 높이고 있다"며 "현대차그룹 의존도가 높은 업체들은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내연기관차보다 적은 전기차의 부품 수도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의 자동차산업 인적자원개발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내연기관차는 평균 2만5000~3만개의 부품이 필요하지만 전기차는 절반 수준인 1만5000개만으로 제작이 가능하다. 전기차 등 미래차 전환으로 엔진과 배기, 연료계 부품은 사라지고 동력 전달 부품도 상당수 감소할 전망이다.
특히 보고서는 미래차 전환으로 감소가 예상되는 부품 관련 기업 수가 4429개로 전체 부품업계의 43.4%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이들 기업의 고용인원 수도 10만8000명(44.1%)이나 된다. 반면 미래차로 바뀌며 혜택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는 사업체와 고용인력은 각각 104개, 3000명에 불과했다.
정부는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기존 26.3%에서 40%로 높이면서 2030년 정부의 친환경차 누적 보급 목표치도 기존 385만대에서 450만대(전기차 362만대)로 높였다.
문제는 국내 완성차 업체의 역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자동차업계는 국내 2030년 친환경차 누적 생산 대수를 300만대 밑으로 보고 있다. 한국지엠과 르노코리아 등 외국계 기업은 2025년까지 전기차 생산 계획이 없어 2030년에는 전량 수입이 불가피하다.
업계는 결국 정부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수입 전기차에 의존해야 하는 만큼 친환경차 보급 속도를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내연기관차 생산이 위축되면 부품업체들의 경영이 악화하고 일자리가 급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부품업체의 미래차 전환단계를 보면 아직 착수하지 않은 기업 비중은 전체의 72.6%였다. 생산까지 간 기업 비중은 17.7%에 그쳤다.
김용원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는 "전체 자동차 생산의 10%를 전기·수소차로 생산하면 고용은 17% 감소하고 20% 생산 시 30% 준다"며 "내연기관 중심의 산업 생태계가 전기차로 바뀌는 과정에서 근로자와 사업자가 어렵지 않게 기술적 금융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