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한국지엠 부평2공장이 11월을 끝으로 생산 종료와 함께 폐쇄된다. 2018년 군산공장 폐쇄 이후 두 번째다. 부평2공장은 트랙스와 말리부를 생산해왔지만 장기간 판매 부진에 빠지면서 후속 모델이나 신차 생산을 추가로 배정받지 못했다.
한국지엠은 부평2공장 문을 닫는 대신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와 내년 1분기부터 창원공장에서 생산하는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사진=한국지엠)
2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 부평2공장은 오는 26일 폐쇄된다. 1962년 국내 최초 현대식 자동차 공장(새나라자동차 부평공장)으로 출발해 60년간 완성차 업계의 한 축을 담당했던 부평2공장은 결국 트랙스와 말리부 차량 단종에 따라 문을 닫는다.
부평2공장 소속 노동자 1200여명은 각각 창원공장 700여명·부평1공장 500여명으로 나뉘어 전환 배치된다. 부평2공장은 폐쇄되지만 부평1공장은 이후에도 계속 가동된다.
업계에서는 기존 한국지엠의 내연기관차 판매량이 저조한 가운데 본사인 GM으로부터 전기차 등 신차를 배정받지 못한 것이 현 상황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내수 판매량이 5만4292대로 전년 대비 34.6% 감소했다. 국내 완성차 5개사 가운데 최하위에 머물렀다. 올해 1~10월 역시 3만3340대로 전년 동기 대비 32.2% 줄었다.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신차 출시 지연과 물량 부족이 판매 부진으로 이어졌다.
부평1공장은 트레일블레이저를 생산한다. 생산 능력은 최대 연 27만대다. 그동안 한국지엠 노조는 부평1공장이 풀가동에 들어가도 고객 수요가 33만대에 달하는 만큼 부족한 6만~7만대를 부평2공장에서 생산하길 원했다. 반면 사측은 최소 10만~15만대를 생산해야 공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쉐보레 2024 트랙스.(사진=GM)
또 노조는 현재 부평2공장에서 전기차 생산을 요구하고 있지만 본사인 GM은 이에 대해 회의적이다. GM은 2025년까지 국내에 전기차 10종을 선보일 계획이지만 국내에서 생산할 계획은 없다고 못 박았다. 10종 모두 해외에서 들여온다.
로베르토 렘펠 한국지엠 사장은 "GM의 전동화 전략에 따라 국내 전기차 생산여부는 추후에 결정될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내연기관 신차 생산으로 인해 전기차 생산 여력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국지엠은 선택과 집중을 택했다.
한국지엠 수출을 이끌고 있는 트레일블레이저 생산량을 확대하고 내년 출시되는 신차 CUV의 성공적인 시장 안착을 통해 2014년부터 이어져 온 적자를 끊어내겠다는 것이다. 창원공장에서 생산하던 경차 스파크도 내년 초까지만 판매되고 단종된다. 국내 생산 모델은 트레일블레이저, CUV만 남기며 생산기지 역할에 무게를 실고 있다. CUV는 완전변경된 신형 트랙스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지엠은 2023년 50만대(창원 28만대·부평 22만대) 규모의 생산 역량을 바탕으로 트레일블레이저와 CUV를 전세계 시장에 공급할 방침이다. 생산량 확대를 위해 GM은 창원공장과 부평공장에 각각 9000억원, 2000억원을 투자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2020년 출시 이후 38만대 이상이 수출됐다. 부평공장에선 또 다른 CUV 파생모델도 생산될 예정이다. 부평공장은 내년 1월, 창원공장은 내년 3월 최대 생산능력(풀케파)까지 가동률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한국지엠은 흑자전환 시점을 내년으로 보고 있다. 2014년부터 누적 적자는 5조원대에 달한다. 지난해에만 3760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업계 관계자는 "새로 내놓는 신차 성공에 회사의 명운이 달렸을 정도다"며 "CUV가 한국지엠 핵심 모델로 자리 잡은 트레일블레이저와 같은 성과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