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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비상 걸린 중기·벤처…VC업계도 '전전긍긍'
기업가치 반토막에 상장 꺼려…내년도 불투명
입력 : 2022-11-24 오후 4:47:26
[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올해 안에 IPO(기업공개)를 하려던 중소기업과 벤처기업들이 속속 상장계획을 철회하고 있다. 대내외적 경제 악재로 투자 심리가 악화한 탓이 가장 크다. 잇따른 IPO 철회로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진 벤처캐피탈(VC)업계도 덩달아 난처한 기색이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앞줄 왼쪽 여덟 번째)이 지난 21일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 그랜드호텔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2년 벤처천억기업 기념식'에 참석해 신규 벤처천억기업 대표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중기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벤처붐이 강하게 불면서 창업과 벤처투자 모두 활발하게 이뤄졌다. 투자액 등 여러 수치들이 최고기록을 갈아치우기 바빴지만, 고금리·고물가·고환율로 기업과 투자자, 소비자들이 일제히 지갑을 닫으며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24일 중소기업계와 벤처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장을 예고했던 많은 기업들이 현재 상장을 포기하거나 고심하는 상태다. 골프존뉴딘그룹의 골프존카운티와 골프존커머스는 본래 올해 안에 나란히 상장할 예정이었다. 양사 모두 지난해 역대급 실적 기록하면서 높은 기업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경제 전반에 위기감이 드리워지긴 했지만 지난 9월만 해도 양사는 상장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 골프인구와 추가 유입 골프인구 등을 감안하면 시장은 계속 확대될 것으로 봤다.
 
그러나 골프존커머스는 결국 10월13일 공모를 철회했다. 공모가를 크게 낮췄지만 물량을 채우지 못해 결국 상장을 포기해야 했다. 8월 말 코스피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골프존카운티의 경우 예상보다 늦어지긴 했지만 아직까지는 상장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골프존카운티 관계자는 "변동된 상황은 없다. 올해 안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2~3개월 수요 예측에 들어가고 공모가가 결정되면 내년 초쯤 상장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빠른 성장으로 IPO를 예고하며 기대를 모았던 벤처들도 상장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올해 안에 IPO를 할 예정이었던 컬리는 IPO 시장 침체에 따라 상장 일정을 계속 미루고 있다. 하지만 상장을 미루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영업이익이 충분치 않은 경우 상장을 통해 공모자금으로 자금을 수혈해야 지속적인 투자가 가능한 만큼 벤처기업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올해 상장을 계획했던 온코크로스, 지아이이노베이션, 직방, 밀리의 서재 등도 상장을 중단하거나 연기하기로 했다. 온코크로스는 공모 일정을 재검토하기로 하면서 투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바이오 상장의 문턱이 높아지면서 기술특례로 방향을 아예 전환했다. 직방의 경우 IPO보다 인수한 사업과 기존 사업 간의 시너지 극대화를 위한 정비에 방점을 찍었다. 밀리의 서재는 상장을 철회했다.
 
기업의 몸값이 떨어진 영향이 가장 컸다. VC업계 전문가들은 시장이 악화하기 전과 비교할 때 현재 스타트업들의 기업가치가 대부분 반토막이 났다고 입을 모은다. 기업 가치가 많게는 3분의 1토막난 경우도 상당수라는 전언이다. 실제 거품이 있었던 기업도 있지만, 기업가치를 책정할 때 성장가능성을 보던 데서 보수적으로 변화한 영향이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한 순간에 뚝 떨어진 가치에 기업대표들은 물론이고 VC들도 펀드 결성이나 투자금 회수에 골치를 앓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벤처투자 시장에서 투자금 회수, 소위 말하는 엑시트는 주로 상장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인수·합병이 활발하지 않은 환경 탓에 상장이 보편적인 투자금 회수방법으로 자리매김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상장을 코앞에 뒀던 기업들의 상장이 기약 없이 미뤄지면서 투자금 회수도 어려워졌고, 이로 인해 자금이 경색되자 새로운 투자로 이어지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VC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상장을 미루는 이유는 시장 상황이 나빠지면서 기업가치가 덩달아 낮아진 탓이 거의 전부"라며 "상장을 한다 하더라도 자금을 수혈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낮아진 기업가치를 받아들이며 상장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VC업계도 지금 상장하는 것이 옳은지 지켜보는 입장"이라며 "밸류(가치) 공격을 많이 받아서 고민스럽다"고 덧붙였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변소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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