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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미성년 자녀 둔 성전환자, 혼인 상태 아니라면 성별 정정 허용”
“혼인 상태 미성년자 자녀 둔 성전환자는 성별 정정 안 돼”
입력 : 2022-11-24 오후 4:27:35
[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미성년 자녀를 둔 성 전환자가 혼인 중이 아닌 이혼한 상태라면 성별 정정을 할 수 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 나왔다. '미성년 자녀가 있으면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은 할 수 없다'는 2011년 대법 판례를 뒤집은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24일 A씨가 가족관계등록부 성별을 ‘남’으로 기록된 것을 ‘여’로 정정해달라며 낸 등록부 정정 재항고 사건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가정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생물학적 남성으로 태어난 A씨는 어린 시절부터 여성으로서의 귀속감을 가지고, 사춘기가 되자 자신이 남성적으로 변해가는 것에 정신적 고통을 느꼈다. 그는 자신의 성정체성을 숨긴 채 생활하다 혼인해 자녀들을 낳았지만, 성정체성 문제로 2018년 배우자와 이혼했다.
 
A씨는 '성 주체성 장애(성전환증)'란 진단을 받고 호르몬 치료를 받다가 그해 11월 외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이듬해 그는 법원에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 정정 허가 신청을 했지만 1·2심 재판부는 “미성년 자녀의 복리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배우자나 미성년자 자녀의 법적 지위와 사회적 인식에 곤란을 초래한다”며 미성년 자녀가 있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을 불허한 2011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른 시각이었다.
 
하지만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 다수의견(대법관 12명 중 11명)은 “미성년 자녀가 있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허가 여부를 판단할 때 성전환자의 기본권의 보호와 미성년 자녀의 보호 및 복리와의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법익의 균형을 위한 여러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실질적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단지 성전환자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다는 사정만을 이유로 성별정정을 불허해서는 안 된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다만 현재 혼인 상태에 있는 성전환자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성별 정정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성정체성에 따른 인격을 형성하고 삶을 영위할 권리가 있으므로 성전환자도 자신의 성정체성을 바탕으로 인격과 개성을 실현하고 우리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서 타인과 함께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며 “성별정정 자체가 가족제도 내의 성전환자의 부 또는 모로서의 지위와 역할이나 미성년 자녀가 갖는 권리의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내용을 훼손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했다.
 
반면 이동원 대법관은 다만 “성전환자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 성별정정을 불허하는 것이 우리 법체계 및 미성년자인 자녀의 복리에 적합하고, 사회 일반의 통념에도 들어맞는 합리적인 결정“이라며 반대 의견을 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대해 “미성년 자녀를 둔 성전환자가 ‘혼인 중이 아닌 상태’에 있음에도 성별정정을 불허하는 것은 오히려 성전환자가 소수자로서 겪는 소외와 고통을 외면해 성전환이나 성별정정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편견을 더욱 고착화·내면화하는 결과를 야기하는 것이고, 그로 인해 성전환자의 미성년 자녀에게 더욱 차별과 편견이 온존하는 사회에서 살아가야 하는 짐을 지우는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 같은 성전환자와 그 미성년 자녀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편견을 근본적으로 시정할 책무가 있는 국가와 사회에게 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법은 다수결의 원칙이 지배하는 입법이나 행정과 달리 다수의 정치적·종교적·사회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소수자와 약자를 보호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로서의 역할을 할 때 그 존재 의의가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선언한다”고 밝혔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박효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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