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애 LG생활건강 신임 사장(사진=LG생활건강)
[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LG그룹의 핵심 계열사에서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탄생했다.
LG생활건강(051900)이 이정애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하며 CEO로 내정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사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평가받는 가운데 LG생활건강이 이정애 사장을 중심으로 당면한 과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관심이 쏠린다.
27일 관련업계에서는 이번 인사의 키워드로 '성과주의'와 '미래준비'를 꼽는다. 물가 상승과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경영 불확실성이 높은 환경 속에 인적쇄신을 통해 위기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LG생활건강은 이사회를 열고 음료(Refreshment) 사업부장을 맡고 있는 이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CEO로 내정했다.
1963년생인 이 신임 사장은 LG생활건강 공채 출신 최초의 여성임원이다. 1986년 입사해 생활용품 분야에서 마케팅 업무를 시작한 후 헤어케어, 바디워시, 기저귀 등 다양한 제품군의 마케팅을 담당해왔다.
이 사장은 2011년 생활용품사업부장 선임 이후,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어려운 사업환경을 뚝심있게 헤쳐나갔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품의 프리미엄화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등 생활용품시장 일등 지위를 확고히 한 성과를 인정받은 그는 2015년 LG그룹 '최초의 공채 출신 여성 부사장'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바 있다.
부사장 승진 이후 럭셔리 화장품 사업부장을 맡아 △후 △숨 △오휘 등 화장품 브랜드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고 글로벌 브랜드 반열에 올리는 데 주력했다.
특히 궁중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후는 '왕후의 궁중문화'라는 럭셔리 마케팅을 펼치며 2016년 연매출 1조원에 달하는 브랜드로 키웠다. 인기에 힘입어 후는 2018년 화장품 업계 최초로 연매출 2조원 시대를 열기도 했다. 자연·발효 화장품 브랜드 숨이 글로벌 고객 기반을 넓히며 차세대 브랜드로 발돋움하는데 중추적 역할을 한 점도 높이 평가됐다.
음료 사업에서도 안정적인 경영 실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장은 2019년 이후 음료 사업을 맡아 소비트렌드에 발맞춘 제품 육성과 적극적인 마케팅, 유연한 채널 전략으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발발한 2020년 야외활동이 제한적이었음에도 이 사장은 적극적인 마케팅 캠페인을 펼치며 성장을 이끌었다.
이 사장은 소비패턴이 변화하자 온라인과 배달음식 채널의 커버리지 확대를 통해 △코카콜라 △몬스터에너지 △씨그램 등의 성장을 주도한 경험도 있다.
LG생활 관계자는 "이 사장의 성공에는 디테일한 면까지 꼼꼼히 챙기는 여성으로서의 강점뿐 아니라 폭넓은 지식과 경험을 갖춘 전문가로서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의 배경에는 다양한 브랜드와 차별화 마케팅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주력 사업인 뷰티 부문이 중국의 코로나 봉쇄 정책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해외 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LG생활건강은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4.5% 감소하며, 실적 반등이 최우선 과제로 꼽히고 있다. 같은기간 매출도 11.4% 줄었다. 이번 인사에서 뷰티업계 장수 CEO로 통했던 차석용 부회장이 용퇴를 결심한 것도 이 같은 실적과 무관치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우선 이 사장이 다음달 1일 취임하면 분위기 쇄신에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이정애 내정자는 취임 후 조직개편과 내년 사업계획 추진에 집중할 것"이라며 "기존 주력사업 역량과 해외 시장 공략도 지속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