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망이용료를 놓고 법정 공방 중인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항소심 7차 변론기일에서도 평행선 논쟁을 이어갔다. 인터넷제공사업자(ISP)인 SK브로드밴드는 이용자 품질 저하 문제에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황에서 망이용대가 문제를 오픈이슈로 남겨뒀다는 논리를 폈다. 설비를 이용해 상행위를 했기에 망이용대가는 당연히 줘야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 이용자 품질에 우선순위를 뒀다는 주장이다. 반면 넷플릭스는 무정산 피어링 정책을 알면서 SK브로드밴드가 단독으로 진행한 합의없는 증설이라며 맞받아쳤다.
28일 진행된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간 채무부존재확인 항소심 7차 변론기일에서 SK브로드밴드 증인으로 나선 이 회사 인프라담당은 "우리 서비스, 설비를 이용해 상행위를 했기 때문에 당연히 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며 "돈을 주겠다, 안 주겠다의 의사 문제가 아니라 넷플릭스가 주고 싶든 아니든 줘야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2016년 1월 국내 서비스 개시 무렵 별도 비용이 부과되지 않는 퍼블릭 피어링 방식으로 SK브로드밴드와 연결했다. 당시 양사는 미국 시애틀의 인터넷교환노드(IX)를 통해 망을 연결했는데 이후 2018년 일본 도쿄, 2020년 홍콩으로 연결지점을 옮기며 프라이빗 피어링 방식으로 연결을 전환했다.
이와 관련해 SK브로드밴드는 2015년부터 넷플릭스와 협의에 나섰다. 국내에서 사업제휴를 제안하며 망이용대가에 대해 얘기한 것이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무정산 피어링이라는 자사 정책을 내세우며, 한국에 진출한 2016년 6월 '현재 국제 인터넷망을 통해서 서비스 중으로 자체 개발한 콘텐츠전송네터워크(CDN)인 OCA 설치 없이 SK브로드밴드 Btv에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SK브로드밴드 증인은 "당사 해외 네트워크 대역폭이 UHD 콘텐츠 서비스에 충분하지 않아 망이용료에 대한 협상에 나선 것이지만, 당시 넷플릭스가 퍼블릭 피어링을 하고 있어 관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후 넷플릭스 서비스를 퍼블릭망에서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트래픽이 늘어났고, SK브로드밴드는 2018년 넷플릭스 임원진과 진행한 회의에서 협의에 나섰고, 같은 해 10월 문서상으로 망이용대가 지급에 대해 논의에 나서게 됐다.
이 증인은 "프리이빗 피어링을 위한 증설은 양사가 합의해야만 증설이 가능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이용자 품질을 위해 망이용대가에 대해 오픈이슈로 남겨둔 것도 "합리적으로 생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합의에 시간이 걸릴 수는 있겠지만, 퍼블릭에서 프라이빗 피어링으로 바뀌는 것은 당연히 전용회선을 쓰는 것이 전제되기에 지불해야할 당위성을 우선시 한 것이다. 실제 프라이빗 피어링의 경우 대다수의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들이 대가를 내는 점도 감안했다. 그는 "글로벌 CP 기준 10개정도의 업체로부터 현금으로 이용대가를 받고 있다"며 "넷플릭스와 또다른 한 업체만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있다"고 언급했다.
반면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와 2016년부터 무정산 피어링 합의가 성립됐고 이는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재차 주장했다. 넷플릭스는 "전세계 7800여개의 ISP와 무정산 피어링을 하고 있으며 그 중 상당수와는 별도 계약서 작성 없이 무정산 피어링을 하고 있다"며 "이는 인터넷 업계에서 확립된 관행이며, 넷플릭스 역시 이를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의 무정산 피어링 정책을 알면서도 계속 연결지점을 시애틀에서, 도쿄, 홍콩으로 변경했고, 추가할 것을 요청했다"며 "언제든지 디피어링(depeering)할 수 있음에도 무정산 피어링 관계를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는 망 이용계약을 진행할 당시 무정산 합의가 있었는지 여부를 두고 항소심 이후 입장차만 확인하고 있다. 재판부는 무정산 합의에 대한 심리를 이날로 종결하고 다음 기일부터 감정 방법에 관한 심리를 진행할 예정이다. 8차 변론기일은 내년 3월29일 오후 4시로 예정됐다. 앞서 SK브로드밴드는 지난해 12월 법원에 감정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법원은 향후 감정 절차를 통해 소송에 따른 부당이득 청구 금액 등을 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