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간 재판이 지속 중입니다. 올해 초 시작된 2심은 끝을 내지 못한 채 내년 3월 재개될 예정입니다. 재판 과정을 지켜보면서 모든 일에는 증거를 확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판부도 지난 7월 진행된 변론기일에서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간 분쟁은 애초에 계약서가 없어서 생긴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소액의 거래에서조차도 계약서를 쓰고 법률사무소에 가는 데도 불구하고 이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거래 행위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렇게 볼 만한 정황이 있는지 이 부분이 핵심이라고 짚었습니다.
작은 돈거래를 할 경우라도 문서를 만들고, 하다못해 부동산 가계약의 경우도 오고 간 문자가 계약으로서 효력을 갖는 세상입니다. 특히 문자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일상화되면서 기록화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통화 시 민감한 내용은 녹음을 해 남겨놓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단순히 돈을 거래하는 계약에서만 아니라 일상 생활 속에서 증거를 남겨놓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사진=뉴시스)
특히 하루의 삼분의 일 이상을 보내는 직장 내에서도 증거를 남기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우스갯소리로 요새 젊은 MZ세대들에게는 '라떼는(나 때는) 말이야'를 빌미로 말을 하기도 조심스럽다는 말을 종종 들을 수 있습니다. 메시지를 잘못 남겼다가는 캡처해서 공유되거나 녹취를 할 수 있어 잘못을 나무랄 때도 말을 가려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환경의 변화와 세대가 변화하면서 만들어낸 또 하나의 시대적 단면입니다. 증거가 있어야 이길 수 있는 세상에서 어찌 보면 MZ세대들이 변화된 환경속에 맞게 적응을 빨리 해나가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