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알뜰폰이 침체된 이동통신 번호이동 시장에서 유일하게 가입자 순증을 지속하고 있다. 전체 이동통신 시장에서 점유율도 늘려가는 모양새다. 정책적 방향도 알뜰폰에 유리한 쪽으로 가고 있다. 도매제공의무제 일몰제 폐지, 도매대가 산정시 리테일 마이너스(Retail-Minus) 방식 지양 등의 방향이 제시되면서 질적 성장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이동전화 번호이동자 수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알뜰폰은 6만6120건의 가입자 순증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이동통신3사가 순간함 것과 대비된다. 같은 기간 순감 수치는 각각
SK텔레콤(017670) 2만5693명,
KT(030200) 2만33명,
LG유플러스(032640) 3만1898명이다. 이같은 흐름은 올해 내내 이어졌다. 이동통신3사의 번호이동 건수를 알뜰폰이 흡수한 것이다. 번호이동 건수가 매달 전년 대비 10만건 이상 줄어들며 시장 자체가 축소됐지만, 알뜰폰으로 이동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알뜰폰에서 알뜰폰으로 이동한 고객까지 포함하면 월 기준 18만명 이상이 알뜰폰을 선택했다. 번호이동 고객의 절반이 알뜰폰을 선택했다는 얘기다.
번호이동시장에서의 위상은 무선시장에서도 비슷하게 관측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무선통신 가입현황을 보면 LTE에서 알뜰폰 가입자는 9월 1103만명을 넘었다. 1년 전 841만명 대비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이통3사의 LTE 가입자가 모두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점유율도 올라가고 있다. 알뜰폰 도입 첫해인 2011년엔 0.76%에 불과했던 시장 점유율이 9월 16.06%까지 높아졌다.
고객이 통신서비스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고물가·고금리 시대에 통신비를 줄이기 위해 알뜰폰을 선택하는 경우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동통신 서비스 선택에 중요 요인 중 하나로 결합 혜택이 꼽힌다. 알뜰폰들도 시대 기류를 반영해 넷플릭스·티빙·웨이브 등 온라인동영상(OTT)과 결합하거나 친구결합 등 혜택을 제공하면서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다. 기존 통신시장을 장악했던 이통3사의 매년 축소되는 멤버십 혜택과 고가 요금제에 불만을 가진 소비자들도 알뜰폰으로 넘어가고 있다.
알뜰폰업계는 현재의 양적 성장뿐 아니라 질적 성장까지 이루겠다는 목표다. 특히 정부의 알뜰폰 도매제공에 대해 제도개선이 기대되고 있는 만큼 이를 통해 알뜰폰 생태계를 탄탄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방안을 통해 도매제공의무제 일몰제를 폐지하고, 도매대가 산정원칙을 리테일 마이너스 방식에서 원가기반으로 바꾸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 일몰제로 중장기 투자를 기피했던 사업자나, 수백억원에 달하는 종합전산시스템 구축 등을 위한 설비투자비의 회수가 어려워 독자적인 요금제 출시를 꺼려했던 사업자들이 투자를 늘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알뜰폰업계 관계자는 "전산 시스템을 갖춘 사업자들이 나온다면 독자적인 요금, 더 저렴한 요금이 가능해 질 수 있다"며 "제도가 개선된다면 기존의 중견사업자나 새로 들어오는 금융기업들, 또는 컨소시엄 구성 등을 통해 전산 설비를 갖춘 사업자들이 나와 질적 성장을 이루는 것이 가능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