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마스크 의무착용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4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외국인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고은하 기자] 대전시가 자체적으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해제를 추진하는 가운데 충남도도 자체 해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혀 논의가 재점화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방역당국은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반면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상황이 안정 국면으로 접어든 만큼 실내 마스크 자율화와 방역 완화를 논의할 때라고 조언했다.
5일 김태흠 충남지사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코로나19 예방에 얼마만큼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마스크 착용을 자율에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출장으로 미국과 유럽 등을 다녀보니 외국은 실내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돼있지 않았다"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유지하는 나라는 우리가 유일하다"고 했다.
앞서 대전시도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이미 식당·카페 등에서 대부분 사람이 마스크를 벗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지고, 아이들의 정서·언어 발달을 저해한다는 점 등을 이유로 오는 15일까지 정부 차원에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를 해제하지 않으면 자체 행정명령을 발동해 시행하겠단 내용의 공문을 전달한 바 있다. 이는 지자체가 마스크 의무화에 관해 정부와 다른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한 것이다.
중대본은 2일 보도자료를 내고 "그간 코로나19 방역조치는 관계부처 및 17개 시·도가 참여하는 중대본 차원의 논의와 협의를 거쳐 시행돼 왔다"며 "각 지자체의 장은 중대본 결정사항보다 강화된 방역조치는 자체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반면 방역조치를 완화하고자 할 경우는 중대본과 사전협의을 거치도록 해 운영돼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각 지자체장이 방역조치를 강화할 때는 자체 결정할 수 있지만, 완화하고자 할 경우는 중대본과 사전 협의를 거치도록 운영돼 왔다"며 사실상 반대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르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은 중앙사고수습본부장 및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장을 지휘할 수 있으며, 수습본부장은 지역대책본부장을 지휘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중대본은 다만 이런 규정과는 별개로,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중대본 조치계획에 함께할 수 있도록 대전시와 긴밀한 협의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방역상황에 대한 모니터링 및 공개토론회, 전문가 등과 충분한 논의를 지속하면서 중대본 논의를 통해 유행 정점 및 해제 시기 등을 구체화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정기석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 겸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회(이하 자문위) 위원장도 대전 등 일부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실내 마스크 해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5일 정례브리핑에서 정기석 자문위원장은 "독감이 지금 초등학생, 중·고등학생 중심으로 1000명당 33명, 초등학생. 중·고등학생은 1000명 42명으로 굉장히 증가하고 있다. 지금 학기 중"이라며 "방학이 되기 전에 마스크 의무 부과를 해제해서 학교에서 마스크를 벗었을 때 어마어마한 독감 유행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기석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 겸 국가 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 위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코로나19 중대본 정례 브리핑에서 제9차 국가 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회 결과 설명회 및 미래 감염병 대비를 위한 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 단장은 "지금 학교에서 마스크를 벗으면 독감, 코로나19가 번진다. 그렇게 되면 학교를 못 가는 학생이 더 나올 것이고 학업에 부진함을 더 보일 수밖에 없다"면서 "치료제는 각각 빨리 투여를 받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다수 전문가들은 정부 당국과 다른 의견을 내비쳤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실내 마스크 의무화 해제는 마스크를 벗자는 의미가 아니고, 법적 의무화로 돼 있는 방역 정책들을 의학적 권고로 전환하는 과정이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의 주요 쟁점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정재훈 교수는 "코로나19 유행 상황이 안정 국면으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방역 완화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며 "지자체의 개별적 접근보단 중앙정부와 전문가들이 다시 한번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순차적으로 실내 마스크 자율화가 필요하다"며 "지자체가 먼저 나선 것도 더 이상 늦추기가 어렵다는 것을 반영했다"고 지적했다.
천은미 교수는 "국민들의 자연 면역률이 높아졌기 때문에 의료인 및 고위험군은 마스크를 쓰고, 이미 감염된 국민에게는 마스크 착용에 대한 자율화를 주는 게 맞다고 본다"며 "저위험시설 및 저위험군부터 순차적으로 자율화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마상혁 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은 "이미 외국에선 실내 마스크를 벗은 경우가 많고 확진자 폭증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우리나라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고위험군 외의 사람에게까지 필수적으로 할 필요가 있는가에 대해선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마상혁 과장은 "우리나라의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고 자료들을 검토 후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한 후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실천돼야 하는데 이런 과정 없이 착용 의무를 고집하다 보니까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고 본다"고 조언했다.
정부의 전문가 회의와 관련해선 "전문가들이 모여 깊이 있는 토론을 한 후 이 안을 결정하는 게 좋다고 본다"면서도 "회의를 대면 말고도 비대면을 통해서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같은 결정은 조기에 할 수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에 질병관리청은 15일 공개 토론회를 열고 실내 마스크 관련 전문가 의견을 모으기로 했다.
고은하 기자 eunh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