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항만 자동화로 분명 일부 일자리는 사라지겠지만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될 것입니다. 항만은 이미 인력이 부족한 산업이기 때문에 만약 일자리가 약간 감소하더라도 심각한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유지·보수를 위한 인력이 증가할 것입니다."
베스트셀러 '더 박스(The box)' 저자이자 미국 경제학자인 마크 레빈슨은 지난 9일 열린 '2022 스마트항만 국제포럼'에서 <뉴스토마토>와 만나 항만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 감소 우려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이날 레빈슨은 스마트항만이 도입되면 자동화를 설계하는 인력, 설비를 유지·보수하기 위한 인력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레빈슨은 "물론 새로 창출되는 일자리는 이전 일들과 성격이 다르고 요구되는 교육 훈련도 다를 수밖에 없다"면서도 "하지만 일자리를 잃은 인력을 교육해 다른 업무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100%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한국에 온 후 '항만에 근로자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일자리 줄어든다고 해도 심각한 문제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스마트항만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이용하는 항만을 말한다. 이를 통해 항만 작업을 자동화하고 화주가 화물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각종 정보도 디지털화한다.
미국, 중국, 네덜란드 등 해외 국가들은 이미 스마트항만 구축 작업이 한창이며 우리나라도 해양수산부를 중심으로 건설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스마트항만 도입은 다른 해외 선진국에 비해 빠른 편이 아니다.
마크 레빈슨이 9일 서울 웨스틴조선에서 열린 '2022 스마트항만 국제포럼'에서 '더 박스 :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주제로 기조연설하고 있다. (사진=김지영 뉴스토마토 기자)
이날 레빈슨은 한국이 빠르게 스마트항만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화주에 필요성을 인식시켜 투자를 이끌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마트 항만 건설에 있어 어려운 부분 중 하나가 항만을 이용하는 고객인 화주들이 건설에 필요한 투자를 부담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크리스마스 시기에 맞춰 판매될 제품을 들여오는 화주는 컨테이너가 어디 있는지 정확하게 알기를 원하기 때문에 스마트 항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저가의 화물을 취급하는 화주는 스마트 항만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스마트 항만 건설의 도전 과제는 화주들에게 필요성에 대해 인식시키면서 투자를 이끌어내되, 혜택을 누릴 수 없는 화주에 대한 비용부담은 늘리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레빈슨은 뉴스위크 경제 및 비즈니스 분야 선임기자, 이코노미스트 금융 및 경제학 담당자, 저널오프커머스 편집장 등을 지냈다. 저서 더 박스는 '비즈니스위크'와 '파이낸셜타임스'가 경제·경영서로 선정한 베스트셀러다. 운송수단인 컨테이너 박스의 역사를 통해 세계 경제학을 정리하는 등 흥미로운 경제 교양서로 평가받고 있다.
마크 레빈슨이 9일 서울 웨스틴조선에서 열린 '2022 스마트항만 국제포럼'에서 '더 박스 :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주제로 기조연설하고 있다. (사진=김지영 뉴스토마토 기자)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