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천연가스관
[뉴스토마토 박재연 기자] 온화한 날씨 등의 영향으로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이 반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가스 가격상한제 시행에 대한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됐다.
21일(현지시간) ICE선물거래소 홈페이지에 따르면 유럽 가스 가격지표인 네덜란드 TTF 시장에서 1월 인도분 가스 선물 가격은 전날 약 7.37% 하락한 메가와트시(MWh)당 97.9유로로 장을 마감했다. 가격이 100유로 아래로 떨어진 건 6월 중순 이후 처음이다.
이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입량이 급증하고 최근 유럽의 겨울철 기온이 평년을 웃돌아 난방 수요가 줄어든 것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다만 아직 겨울 초입인 만큼,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EU)이 내년 2월부터 시행하기로 한 가스 가격상한제를 두고는 벌써 안팎에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앞서 EU 정상들은 지난 19일 천연가스 가격상한제에 합의했다. 상한선 가격은 네덜란드 TTF 가스 선물 기준 메가와트시(㎿h)당 180유로 설정됐으며 내년 2월 15일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시행된다.
이에 아프리카 최대 가스 수출국인 알제리의 모하메드 아르카브 에너지부 장관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가스 가격에 상한선을 두겠다는 (EU의) 구상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EU 전문매체인 유락티브가 현지 APS 통신을 인용해 보도했다.
또한 EU 내부에서도 가격상한제에 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레오노레 게베슬러 기후환경에너지부 장관은 "여전히 우리는 (러시아의) 가스관을 통해 공급되는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다"며 가스 가격상한제 시행 시 자국의 에너지 공급 불안정성이 심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올가을 기준 러시아의 유럽행 가스 공급량은 전년 동기 대비 80% 줄었지만 이는 나머지 20%가 여전히 유럽으로 공급되고 있다는 뜻이라고 EU는 설명한 바 있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도 가격상한제 시행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영국 오로라에너지연구소 소속 제이콥 맨들 선임 연구원은 로이터에 "가격상한제가 소비자들의 비용 절감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며 "어떤 경우에는 가격 인상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박재연 기자 damgom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