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의무휴업을 평일에 한다면 의무휴업하는 의미가 없어져요. 대형마트가 쉬는 일요일에 손님이 크게 늘어나는데 평일 의무휴업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거죠. 지방자치단체별로 상황이 다르겠지만 저희 지역은 영향이 큽니다."
지난 15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 행인들이 지나고 있다. (사진=변소인 기자)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은 의무휴업 평일 시행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 상인은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외 온라인 영업과 배송에 대해서는 "이미 경기가 좋지 않아 소상공인들이 쓰러지고 있는데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왜 자꾸 소상공인에게 해가 되는 일들을 진행하려하는지 모르겠다"며 "지금 지키고 있는 밥그릇이라도 계속 지킬 수 있게, 공존하게 해달라"고 했다. 그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직접 나서서 소상공인들을 보호하는 데 앞장서줄 것을 촉구했다.
소상공인들은 대형마트 규제 완화 논의에 다시 불이 붙는 것에 대해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대구시가 나서서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 변경을 위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추진 협약'을 체결하고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불편감이 커졌다.
이미 평일 의무휴업을 실시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는 적지 않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대형마트는 매월 공휴일 이틀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해야 하지만 지자체와 협의해서 휴업 요일을 바꿀 수 있다. 주변 상권 타격이 적은 지역의 경우 이미 수요일 휴업을 도입해 시행해오고 있다.
문제는 대구시가 평일 의무휴업을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홍보하면서 전반적인 대형마트 규제 완화 붐을 이끌고 있는 것이라고 소상공인들은 지적했다. 정동식 전국상인연합회 회장은 "전통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코로나19로 인한 여파와 함께 고물가, 강추위 등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상인들이 너무나 많다"며 "왜 광역시도에서 나서서 어려운 상인들을 압박하는지 납득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지자체에서 기존처럼 협의해서 정하면 될 일을 광역시도가 거창하게 나서면서 분위기를 반전시키려 한다는 지적이다. 국무조정실까지 대형마트 규제 완화 논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소상공인들은 우려를 떨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정 회장은 "골목상권은 전국에 수천 개가 있다. 대형마트와 비교해도 납품을 훨씬 더 많이 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을 살린 근간이자 뿌리인데 연일 불안한 소식이 전해지자 상인들의 호소 연락을 많이 받고 있다"고 전했다. 지자체가 구성한 협의체에도 소상공인 단체들은 마지못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협의체마저도 여러 단체들로 구성하지 않아 빈축을 사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대형마트와 이해관계에 있는 여러 소상공인들의 의견은 청취하지 않은 것에 불만을 드러냈다. 지난 19일 진행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전환 추진 협약식'에 대구시 및 8개 구·군, 전국상인연합회 대구지회, 대구동부·중서부슈퍼마켓협동조합, 한국체인스토어협회만 참여했다.
이에 대해 소공연 관계자는 "대형마트의 의무휴업 제도와 관련한 논의를 하기 위해서는 이해관계가 있는 다양한 소상공인의 목소리를 포함해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이들을 배제한 상태에서 결론이 난다면 피해를 입는 업체들이 반드시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은 대형마트 규제 관련 논의를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정부 지원 정책이 먼저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시대가 변화하면서 논란이 필요하다면 조정을 하기 전 소상공인 온라인 진출, 물류창고 확보 등 정부 지원책을 먼저 내놓고 얘기를 진행해야 맞다"며 "소상공인들은 매출과 직결된 일인데 관련 내용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지도 않고 확 터뜨려버리면 일방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