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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태의 경제편편)견고한 성을 허물어보라
입력 : 2022-12-28 오전 6:00:00
과학기술정통부가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이동통신 3사가 5G 28㎓에 충분히 투자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라 주파수 할당을 아예 취소해 버린 것이다. 정부가 28㎓ 대역 기지국 설치 이행률을 점검한 결과 KT와 LGU+에 할당 취소 처분을 내렸다. 다만 SKT에는 이용 기간 10%(6개월) 단축 조치를 내렸다. 그야말로 사상 초유의 결정이다.
 
이 같은 결정은 지난달 18일 처음 발표된 데 이어 청문절차를 거쳐 지난 23일 최종확정 됐다. 정부가 뜻밖에도 과단성 있는 조치를 취한 셈이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쉽게 말해 이통3사의 약속 위반에 대한 응징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18년 과기정통부가 5G 주파수 3.5㎓ 대역과 28㎓ 대역을 각각 할당하면서 조건을 달았었다. 기지국 의무 수량 대비 구축 수량이 10% 미만이거나 평가 결과 점수가 30점 미만이면 할당을 취소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3년이 지난 지금 점검해본 결과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기에 정부의 배신감은 컸던 것으로 여겨진다. 박윤규 과학기술부 제2차관은 "3년여 시간을 이동통신 3사와 28㎓ 활성화를 위해서 머리를 맞대고 같이 노력했던 측면에서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와 약속한 것은 곧 국민, 즉 소비자와 약속한 것인데 이를 저버린 것이다. 그러니 국민의 세금으로 가설하고 유지하는 주파수를 이용할 자격을 스스로 잃은 셈이다.
 
이들이 이렇게 배짱을 부릴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얼핏 보기에는 이들 3사가 이동통신 시장에서 고객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것 같지만, 이는 착각이라고 여겨진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진실이 아니듯이 말이다. 이들 3사가 진정한 가격경쟁을 벌이는 일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광고나 이미지 등을 통해 외관상으로 경쟁을 흉내 내고 있을 뿐이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실과 정부도 이들 통신 3사가 사실상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고 한다. 정확하고 올바른 인식이요 판단이 아닐까 한다. 그렇기에 이번 과기부 결정도 이런 독과점구조를 극복해야만 진정한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한국인들은 많은 분야에서 독과점 구조로 인해 바가지를 쓰며 살고 있다. 이를테면 은행으로부터는 가산금리라는 이름의 바가지를 쓴다. 국내에 시중은행이 제법 여러 곳 있는 것 같은데, 제대로 된 금리경쟁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인터넷전문은행이 도입됐지만, 그 효과는 아직 미약하다.
 
이런 경쟁불모지 상태는 이동통신의 경우도 거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경쟁 불모 상태를 타파하고 소비자에 유익하고 국내 산업 발전도 촉진할 사업자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최소한 메기 역할이라도 할 사업자의 등장이 요구된다.
 
지금과 같은 독과점 상태를 무한정 방치할 수는 없다. 이를 해체할 방법을 어떻게든 찾아야 한다. 프로스포츠에서 신생팀에는 여러 가지 우선권과 혜택을 부여한다. 그런 식으로 모종의 혜택을 주어서라도 새로운 사업자의 진입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거액의 투자를 감행할 이동통신 사업자를 찾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소요되는 자금이 적지 않을뿐더러 이를 제대로 수행할 역량까지 갖춘 사업자는 국내에서 찾아보기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지금 사업모델이 확실하지 않아 막대한 투자를 망설일 수밖에 없다는 항변이 이동통신 3사로부터 제기된다.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사업성과 수익성을 확실히 담보할 조치가 필요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래야만 3사끼리 사이좋게 나눠 먹는 이동통신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수가 있을 것이다.
 
사실 어느 세계든 3자가 공존하면 이를 깨기가 쉽지 않다. 특정한 세력이나 기업이 일방적인 우위를 차지하는 것을 막는 상호 견제 심리가 발동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3자가 지배하는 이동통신 시장에 새로운 사업자가 들어가기란 견고한 성을 허무는 것만큼이나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정부가 이동통신 시장의 독과점구조를 허물어야겠다고 진정으로 마음먹는다면 보다 창의적인 방법을 열심히 찾아내야 할 것이다. 노력한 만큼 보람이 있을 것이라 믿으면서.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신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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