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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박수현 기자]
진양제약(007370)이 지난 15년간 소각 없이 자사주 매집에 나서면서 최재준 오너일가만 이득을 챙기고 있다. 자사주는 의결권 및 배당금 수취권이 없어 자사주가 늘어나면 최대주주의 지배력과 배당금이 그만큼 확대된다. 소액주주의 지배력과 배당금도 늘어나지만, 지분율이 낮은 소액주주 입장에서 효과는 미미하다는 평가다. 특히 주가가 박스권에 갇혀 있어 주주가치 제고를 명목으로 펼쳐 온 주주친화정책이 오너일가 지갑만 불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진양제약 중앙연구소. (사진=진양제약)
진양제약은 지난 21일 미래에셋대우와의 자기주식 취득 신탁계약을 연장했다. 계약 목적은 ‘자기주식 가격안정’이며, 계약에 따라오는 2023년 12월22일까지 1년간 약 9억5772만원어치의 자사주 매입이 이뤄질 전망이다.
해당 공시의 최초제출일이 2010년 12월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최초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한 이후 1년 단위로 12년에 걸쳐 연장이 이뤄졌다. 이번에 체결한 계약이 13번째다. 최초 계약을 맺을 당시 총 1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하고, 계약분을 다 채우지 못하면서 연장을 반복해 왔다.
진양제약은 해당 신탁계약 외에도 ‘주가안정 및 주주가치 제고’라는 목적 하에 장내취득 등의 방식으로 자사주 매입을 이어왔다. 2000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이후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자사주를 적극 사들였다. 2006년 제로(0)였던 자사주는 이날 기준 122만4391주(10.2%)로 늘어났다. 이는 지난해 말 자사주 보유량 82만2557주(6.85%)보다도 3.35%p 증가한 것이다.
15년 자사주 매입 외길…주가 부양은 '글쎄'
자사주 매입은 대표적인 주주환원책으로 꼽힌다. 기업이 사들인 주식 수만큼 시장에서 유통되는 물량이 줄면서 기존 주식 가치가 상승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매입한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으면 언제든 시장에 다시 풀릴 수 있어 실질적인 주가 부양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김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모든 자사주 취득이 동일한 효과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기업이 취득한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일정기간이 경과한 후에 시장에 처분할 경우 일시적인 효과를 유발하는 데 그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진양제약의 자사주 매입 또한 실질적인 주주환원책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5년간 단 한 번도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비유동주식인 자사주를 내부에 쌓아두고만 있는 탓에 유동주식 비중만 줄어든 형국이다. 진양제약의 유동주식비율은 60.23%다. 발행주식총수(1200만주) 가운데 722만7600주 정도만 시장에서 거래가 가능한 셈이다. 유동주식비율이 낮으면 실제 유통 물량이 적은 만큼 주가 변동성이 커지는 대신 시장참여자의 시장접근이 어려워져 거래를 부진하게 만든다고 해석한다.
실제로 진양제약의 주가는 만성적으로 저평가된 흐름을 보여왔다. 바이오사업에 진출했던 2005년과 유동성 장세였던 2020년을 제외하면 10년 이상 3000~8000원 박스권에 갇혀 있다. 이날 기준 진양제약의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주당순자산)은 0.94배에 불과하다. PBR은 기업의 주가가 순자산가치를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로, PBR이 1배 미만이면 주가 수준이 청산가치를 밑돌 만큼 저평가돼 있다고 해석된다.
자사주 확대에 오너일가, 실효지배력·배당 수익 '두 마리 토끼' 잡아
주목할 만한 점은 진양제약의 자사주 매입으로 오너일가가 일석이조 효과를 누렸다는 점이다. 먼저 오너일가의 지배력 방어를 위한 안전망 역할을 톡톡히 했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어 의결권 지분을 산정할 때 주식총수가 감소하면서 최대주주의 실질 경영권 확대로 이어진다.
실제로 자사주를 제외한 실질 의결권을 계산하면 최대주주인 최재준 대표의 지분율은 기존 24.5%에서 27.3%로 확대된다. 특수관계인 6명을 포함한 지분율도 27.68%에서 32.87%로 5%포인트 늘어난다. 개인 자금이 아닌 회사 자금으로 최대주주 본인의 의결권을 확대하는 효과를 낸 셈이다.
오너일가는 배당정책으로도 자사주 효과를 십분 누렸다. 진양제약은 자사주 매입과 함께 주주가치 증대 목적으로 매년 10억여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실시해 왔다. 회사는 이달 19일에도 1주당 보통주 150원을 지급하는 현금배당을 결정한 바 있다. 자사주(122만4391주)를 제외한 주식(1077만5609주)로 계산한 배당금 총액은 약 16억원이다.
자사주 비중이 높은 상태에서 배당을 실시할 경우 가장 이득을 얻는 것은 오너일가다. 배당금은 자사주를 제외한 나머지 주주의 지분만큼 지급되기 때문이다. 늘어난 자사주 물량만큼 자사주를 제외한 지분율이 증가해 배당 수익도 증가한다. 자사주 비중이 크면 소액주주의 실질 의결권 지분율과 함께 배당수익 또한 늘어나지만, 재무적 투자의 가장 큰 목적이 주가 상승을 통한 차익 실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주주가치 제고 효과를 봤다고 하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진양제약이 표면적으로 내세운 주주가치 환원을 이루기 위해선 매입한 자사주를 소각까지 진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진양제약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로선 자사주 소각 계획을 갖고 있진 않다"라며 "주주가치 제고 방안도 통화상으로 전하긴 어렵고 공시내용을 참고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