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세계적으로 경기 둔화가 이어지면서 올해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사상 최대 규모인 5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상반기 실적을 이끌었던 수출이 하반기 들어 동력을 잃었고 공급망 문제로 에너지 가격까지 급등한 탓이다.
28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 등에 따르면 이달 20일까지 연간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489억7000만달러로 500억달러에 육박했다. 이는 1964년 무역통계가 쓰인 이래 사상 최대치다. 최대 기록의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206억2000만달러와 비교하면 2배 이상이다.
직전 통계였던 이달 10일까지 누적 무역수지 적자인 475억달러와 비교할 경우에는 10일 만에 15억달러가 또 늘었다. 이 추세라면 이달 말 기준으로 올해 누적 무역 적자가 500억달러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무역수지는 4월(-25억달러)을 시작으로 지난달까지 8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월별 추이를 보면 무역수지는 △5월 17억달러 △6월 26억달러 △7월 48억달러 △8월 95억달러 △9월 38억달러 △10월 67억달러 △11월 70억달러 적자다.
대규모 적자 원인으로는 에너지 가격 급등이 지목됐다. 올해 들어 11월까지 3대 에너지 수입액은 1741억달러로 지난해(748억달러)보다 75% 급증했다. 이는 같은 기간 누적 무역적자 426억달러를 300억달러 이상 웃도는 규모다.
반면 금리 인상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수출은 하반기 들어 둔화했다. 수출액은 지난 5월까지 전년 대비 두자릿수 성장세를 이어오다 6월 들어 한자릿수로 내려앉았다. 10월부터는 마이너스로 돌아선 바 있다.
특히 주력 업종인 반도체가 주요 수출국인 중국의 상하이·광둥 지역 코로나19 봉쇄령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액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0% 정도로 알려져 있다.
올해 들어 경상 수지는 1~3월 흑자를 기록하다 4월 8000만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이후 5~7월 다시 흑자를 회복했지만 8월 다시 30억5000만달러 적자를 냈고 9~10월에는 흑자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1∼9월 누적 경상수지는 249억9000만달러 흑자다. 다만 작년 같은 기간보다 흑자 폭이 504억3000만달러 줄었다.
28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20일까지 연간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489억7000만달러로 500억달러에 육박한다. 사진은 부산항. (사진=뉴시스)
상반기 활약으로 올해 수출액 자체는 역대 신기록을 세웠다. 이달 10일 기준으로 사상 최고 실적인 지난해 6444억달러를 돌파했으며, 연말까지 6800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윤 정부 집권 이후 수출 성적표를 보면 전년 동월과 비교해 6월 5.2%, 7월 9.2%, 8월 6.6%, 9월 2.7%, 10월 -5.7%, 11월 -14%, 12월(20일까지) -8.8%로 뒷걸음질 치고 있다.
무역 상황은 내년 1분기까지 어두울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내년 1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는 81.8로 올해 4분기(84.4) 대비 2.6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EBSI가 두 분기 연속 90점대를 밑돈 건 2012년 4분기(77.4)와 2013년 1분기(78.4) 이후 9년 만에 처음이다.
EBSI는 기준치인 100을 웃돌면 기업들이 다음 분기 수출 경기에 대해 전 분기보다 '개선'을 예상하고 밑돌면 '악화'로 예상한다는 뜻이다.
산업연구원도 최근 내년 1월 수출 전문가 서베이 지수(PSI)를 83으로 예측하는 등 기준점인 100을 밑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무엇보다 내년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우리나라 수출이 4.5%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정부도 무역금융을 역대 최대 규모로 조성하고 신흥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정대희 한국개발연구원(KDI) 글로벌경제연구실장은 "러·우 전쟁이 계속되면서 내년에도 에너지 등 공급망 충격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금리 인상이 멈춘다고 해도 주식, 주택 가격 같은 자산 가격은 인상폭이 즉각적으로 완화할 수 있지만 실물경제 안정은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종=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