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환경부가 국내 사후서비스(AS) 인프라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차등 지급을 추진하면서 올해부터 국산 전기차와 수입 전기차 간 보조금 차이가 크게 벌어질 전망이다. 외국 제조사들은 국내에서 서비스센터 운용 수준 등이 저조하기 때문에 개편안이 현실화될 경우 테슬라 등 수입 전기차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올해 전기승용차 전체 국고보조금 상한선을 700만원에서 680만원으로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환경부가 추진하는 보조금 제도 개편의 핵심은 연비, 주행거리 등 전기차 성능뿐만 아니라 사후 관리, 충전 기술을 포함한 제조사의 역량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해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국고보조금은 연비보조금, 주행거리보조금, 이행보조금을 합해 구성된다. 특히 연비보조금과 주행거리보조금 상한선을 지난해 600만원에서 올해 500만원으로 낮추고, 직영서비스센터와 정비이력관리·부품관리 전산시스템 운영 여부에 따라 50% 차등하는 방안도 개편안에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최대 250만원의 보조금이 줄어들 수 있다.
인천 영종도 BMW 드라이빙 센터 전기차 충전 시설 'BMW 차징 스테이션'. (사진=BMW 코리아)
현대차는 직영 하이테크센터(서비스센터) 22곳과 블루핸즈 1300여곳을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경기 수원시에 대규모 하이테크센터 착공에도 들어갔다.
반면 테슬라 서비스센터는 9곳에 불과하다. 메르세데스-벤츠 76곳, BMW 72곳, 아우디 40곳, 볼보 32곳, 아우디는 21곳 등이다.
이행보조금은 환경부의 '저공해차 보급목표제' 달성기업 차량에 주어지는데, 이 상한선도 70만원에서 150만원(대상기업 50만원+목표 달성 100만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저공해차 보급목표제 판매량의 일정 비율을 저공해차로 채워야 하는 것으로 지난해에는 20%였다.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대당 60만원의 기여금을 내야한다.
대상 기업은 현대차, 기아, 르노코리아, 한국지엠, 쌍용차,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폭스바겐, 한국토요타, 혼다코리아 등 10곳이다. 보조금 액수가 2배로 늘어나면 이를 수령하는 업체와 그렇지 않은 업체 간 차이는 더 벌어지게 된다.
또 양방향 충전 기술(V2L)을 적용한 전기차와 지난 3년간 급속충전기 100기 이상을 설치한 제조사가 생산한 전기차에 각각 15만원의 신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도 개편안에 담겼다. 현재 아이오닉 5, EV6 등 현대차그룹 전기차에만 이 V2L 기술이 적용돼 있다. 급속충전기 조건을 만족하는 업체도 현대차그룹, 벤츠, 테슬라 정도다.
완성차 업계는 환경부의 이번 전기차 보조금 차등화 배경으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각국의 전기차 보조금 장벽에 대한 대응을 꼽는다. 현대차그룹이 수출하는 전기차는 모두 한국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북미에서 최종 조립되는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IRA 시행으로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도 자국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중국으로 수출하는 한국산 전기차는 중국으로부터 보조금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반대로 우리나라 정부는 중국산 전기 승용차에 지난해 상반기 151억60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올해는 중국 전기차 업체 BYD가 한국에 진출한다.
주요 강대국이 자국의 전기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보조금 지급 방안을 마련하면서 국내 전기차 시장에도 차별적 보조금 지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미국, 중국 등과 달리 국내에서는 수입 전기차에도 동일한 기준으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한국 시장이 크지 않고, 미국이나 중국처럼 강대국도 아니기 때문에 노골적으로 차별적 보조금을 지급하면 큰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며 "보조금을 편향되게 지급해도 '저렇게 줄 수 있네'라고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되는 게 지금 시점"이라고 말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