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지속된 자동차 출고대란이 3년여 만에 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등 부품 수급 개선으로
현대차(005380)·
기아(000270)의 출고 대기 기간이 줄어들면서다.
4일 현대차·기아 올해 1월 납기표에 따르면 제네시스 GV80 가솔린 2.5T는 출고 기간이 지난달 30개월에서 18개월로 1년이나 짧아졌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GV80은 현대차그룹 차종 중 출고 기간이 가장 길었다.
인기차종인 전기차, 하이브리드도 단축됐다. 같은 기간 현대차 아이오닉 6는 18개월에서 16개월, 싼타페 아반떼 하이브리드도 20개월에서 16개월로 줄었다.
기아 베스트셀링카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18개월에서 17개월로 줄었고 특히 가솔린과 디젤은 10개월에서 각각 5개월, 4개월로 짧아졌다.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도 14개월에서 12개월로 단축됐다. 내연기관차량도 짧으면 1개월(쏘나타)에서 길면 10개월(그랜저) 사이로 대폭 줄었다. 그동안 출고기간이 유지되거나 늘어난 차종도 있어왔지만 주요 모델의 출고기간 단축은 이례적이다.
제네시스 GV80.(사진=현대차그룹)
이처럼 출고 기간이 빨라진 것은 반도체 공급난이 완화 추세로 돌아서며 생산량이 늘었기 때문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전년(346만대)보다 8.5% 증가한 376만대를 기록했다.
부품 수급에도 숨통이 트였다는 분석이다. 현대차·기아는 제품을 미리 생산하지 않고 재고를 최소화하는 '적시생산방식'(JIT)에서 벗어나 1차 협력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면서 핵심 부품을 직접 관리하는 방향으로 공급망 관리에 변화를 줬다. 또 주요 원자재 직접 구매, 장기 공급 계약 등을 추진하기도 했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 수급이 개선되고 있는 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차량 생산이 늘면서 수급 불균형도 균형을 찾아가가고 있다. 금리 인상으로 인한 출고 대기 고객의 이탈과 구매 심리가 꺾이면서 수요가 줄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그동안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몇 십 만대 차질을 빚었지만 올해는 많이 풀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내수 쪽도 활성화되면서 공급 못했던 차량을 본격적으로 보급할 수 있는 기회가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수요 감소가 본격화할 경우 완성차 업계 실적에는 부정적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그동안 완성차 업체들은 생산 차질에 따른 판매량 감소를 두터운 수요를 기반으로 가격 인상으로 방어하며 호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차량용 반도체 수급의 회복과 그동안 쌓인 누적 수요가 이연되며 소폭 성장이 기대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올해 국내 자동차 생산량을 전년 대비 1.4% 증가한 375만대로 내다봤다. 경기 침체, 고금리로 인한 소비 위축 등에도 신차 출시, 생산 확대 등이 판매량을 늘릴 것이란 분석이다.
강남훈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2023년 국내 시장은 2년 연속 감소의 기저효과로 인해 소폭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나 경기침체와 고금리 여파로 소비 여력이 위축될 우려도 있다"며 "코로나19와 공급망 차질로 한계에 직면한 자동차 산업 생태계가 내수 위축으로 인해 경영 악화가 가중되지 않도록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