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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려라, 내려라" 당국 금리개입에 예금기관 속앓이
기준금리 올라도 대출금리 인하…예금금리는 시장 거슬러
입력 : 2023-01-17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올해 첫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했습니다만 금융권의 속내는 복잡합니다. 통상적으로 기준금리가 오르면 국내 은행권 내 주요 여수신 상품의 금리 역시 오름세를 보입니다. 하지만 최근 금리정책에 대한 금융당국의 개입과 금융채 금리 하락과 같은 지표금리의 변동까지 더해지면서 은행권의 여수신 금리 또한 각기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채권시장을 흔들었던 레고랜드 사태 발 자금경색이 완화되면서 금융사들의 자금조달 여건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은행들은 은행채 발행 재개로 자금조달 여력에 숨통이 트인 모습입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은행권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준거 금리인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지난 13일 기준 4.630%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30일 4.725%, 이달 3일 4.633%를 기록한 데 이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조절을 시사한 데다가 최근 은행채가 다시 발행되기 시작한 영향이 큽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10월 은행권에 은행채 발행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채권시장 경색을 해소하기 위해서인데, 그러다가 채권시장이 안정됐다는 판단에 지난달 19일 차환 중심으로 은행채 발행을 재개한 것입니다.
 
자금시장 안정을 위해 중단됐던 은행채 발행이 최근 차환 위주로 재개되면서 은행권 대출금리 상승도 주춤하고 있습니다. 
 
서울 시내 한 은행 외벽에 예금금리 광고가 붙어있다. (사진=뉴시스)
 
일반적 상황이라면 최근처럼 채권 금리가 떨어질 경우 대출 금리뿐 아니라 예금 금리도 함께 낮아져야 합니다. 채권 금리가 하락하면 그만큼 시장에서 적은 조달 비용으로 자금을 모을 수 있다는 뜻인데, 은행이 금리를 높여 예금을 더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히려 현재 상당수 은행은 조만간 예금 금리를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시장 금리를 거슬러 예금 금리 인상을 논의하는 자체도 "대출 금리만 오르고 예금 금리는 떨어진다"는 외부 비난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입니다.
 
은행권에서는 "지난해 4분기 이후 레고랜드발 자금 경색이 잦아드나 싶었는데, 당국의 지나친 금리 간섭까지 더해졌다"며 "요즘처럼 금리 결정이 어렵고 혼란스러운 적이 없다"는 볼멘소리도 들립니다.
 
대다수 저축은행은 대출 중단에 나선 상태입니다. 웰컴·페퍼·대신·JT 등 상당수 저축은행은 토스, 카카오페이 같은 대출 중개 플랫폼에서 ‘점검 중’이라며 대출 신청을 받지 않고 있습니다. 예가람·대신·고려·DB저축은행 등은 저소득·저신용층을 위한 정책금융상품인 '햇살론' 신청도 받지 않고 있습니다.
 
조달금리가 12%대로 치솟아 치솟아 대출을 취급하면 역마진이 나는 상황입니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의견을 반영해 근로자 햇살론 대출금리 상한을 이달 초부터 연 10.5%에서 연 11.5%로 1.0%p 높였지만 업계는 여전히 원가 상승 대비 대출금리 인상분이 적다는 입장입니다.
 
한 중소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출 재개는 좀 더 상황을 지켜본 뒤 결정할 것"이라며 "차주들의 신용 상태가 악화하고 조달 비용은 커져 양쪽으로 압박을 받다 보니 조심스럽다"고 말했습니다. 금융당국이 서민들의 금융 창구인 저축은행의 대출 중단 문제를 지적한 만큼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대출 재개에 나서는 곳도 나타날 것으로 보입니다.
 
당국의 개입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대출 재개를 요청하고 있는 만큼 조만간 돈을 풀 것"이라면서도 "수익성 측면은 우려가 되는 게 사실인데 금리를 올리는 등의 방식으로 대출 문턱을 높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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