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초기에는 마스크를 쓰는 것이 너무 불편했습니다. 특히 저 같이 안경을 쓰는 사람들은 겨울에 마스크에 김이 서려 앞이 잘 안 보이기도 하고 숨 쉬기도 답답해 한동안 적응이 되지 않았습니다.
가장 큰 단점은 다른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기자 일의 특성상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가 많은데 마스크로 얼굴의 대부분을 가린 채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다시 만나도 잘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흐르자 마스크가 사람들의 일상 속에 자연스레 자리 잡게 됐습니다. 집이 아닌 곳에서는 마스크를 쓰는 게 습관이 됐고, 오히려 이제는 마스크를 벗은 맨얼굴을 보여주는 게 낯설다는 사람도 많습니다. 지난해 9월 실외 마스크 착용이 '권고'로 전환돼 거리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다니는 사람을 처음 봤을 때는 너무 생경한 모습이라 한참을 바라보기도 했습니다.
마스크 착용 장기화로 부작용도 있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영·유아들의 언어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입니다. 어른들의 입모양을 보고 따라해 언어를 배우는 아이들이 마스크로 인해 그럴 수 없게 됐습니다. 아울러 청각·언어 장애가 있는 사람들도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버려진 마스크로 인해 생기는 환경 문제도 골칫거리였습니다.
이제 30일부터는 의료기관과 대중교통 등 일부 장소를 제외하고 실내에서도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집니다. 2020년 10월 마스크 착용 의무가 도입된 지 무려 27개월 만입니다. 실내에서 마스크를 벗게 되면 코로나19 이전 일상으로 복귀한다는 게 실감이 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걱정이 앞서기도 합니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지면서 사람들의 방역 의식이 희미해지는 건 아닌가 하고 말입니다. 이로 인해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중국이 지난 8일 3년간 이어진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하면서 중국인 입국자로 인한 위험도 도사리고 있고, 새로운 코로나19 변이가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앞으로는 국민 개개인의 자율 방역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정부의 이번 조치가 이제는 실내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받아들여져서는 안 됩니다. 여전히 마스크 착용은 비용·효율 면에서 최적·최후의 방역 수단이지만 방역의 지속 가능성 등을 위해 자율적 실천으로 전환한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정부의 권고처럼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 씻기 등과 같은 개인 방역도 게을리 하면 안 됩니다. 각자가 개인 방역에 신경 쓰지 않는다면 우리는 언제든지 이전과 같은 끔찍했던 시기로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오는 30일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집니다. 이로 인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으로의 일상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개인 방역 의식이 희미해지는 건 아닌지 우려됩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뒤 광주 시민들이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나들이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