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지난해 국내 자동차 리콜 대수가 340만대를 넘어서며 역대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자동차 시장 중심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옮겨가고 소프트웨어 사용이 늘면서 전기장치 결함에 따른 리콜이 급증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됩니다.
26일 국토교통부 자동차리콜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동차 리콜 대수(국산차+수입차)는 1532차종 342만대로 전년 대비 16.7% 증가했습니다. 국산차가 125차종 265만대로 77.5%를 차지했고 수입차는 1407차종 77만대로 집계됐습니다.
국내 자동차 리콜 대수 추이.(그래픽=뉴스토마토)
가장 많은 리콜을 기록한 제작사는
기아(000270)(147만대)입니다. 이어
현대차(005380)(107만대), BMW코리아(22만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18만대), 테슬라코리아(11만대), 르노코리아(9만대) 순입니다.
자동차 리콜 대수는 2017년 241만대로 처음 200만대를 넘어선 후 2018년 282만대, 2019년 217만대, 2020년 245만대, 2021년 293만대로 꾸준히 늘었습니다.
이 같은 리콜 증가는 자동차 회사가 과거보다 결함을 인정하고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로 꼽히는데요. 업계에서는 전기차 보급과도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 과거 주요 리콜 원인이 '제동장치', '원동기'였다면 최근에는 '전기전자장치' 결함에 따른 리콜 비중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죠.
2019년 전기장치 관련 리콜 비중은 3.9%에 불과했지만 이듬해 7.6%,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2021년엔 24.9%로 급증했습니다. 지난해 비중은 13.3%로 줄었지만 냉·난방장치(79만건)에 이어 두 번째(46만건)로 많은 리콜 발생 장치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전기차만 판매하는 테슬라의 경우 전년 1251대에서 10배 가까이 리콜 대수가 늘었습니다. 기아도 전기차 라인업을 늘리면서 리콜 대수가 전년 대비 143.3% 급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부품이 많은 자동차 특성상 리콜이 불가피한 데다 최근 신기술을 적용하는 전장화로 장애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합니다. 통산 전기차는 생산에 사용되는 부품 수가 기존 내연기관차보다 30%가량 적습니다. 반면 부품 중 전기전자부품이 70~80%로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내연기관차에 없는 리튬이온배터리와 모터 등 신규 부품이 적용되면서 관련 결함이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이오닉 5 충돌 안전 평가 진행 후 관람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현대차)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내연기관차 대비 전기차는 개발기간이 짧고 보급 대수도 적기 때문에 전기차의 복잡한 시스템에 대응하기에는 시간적인 부분이 부족했다"며 "앞으로 배터리 화재나 각종 시스템에 대한 유기적인 연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만큼 정부의 제도적인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업계에선 전기차 보급이 늘면서 급발진이나 화재사고 결함 가능성 역시 높아지고 자율주행 기능의 경우 바로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자동차 결함에 대한 제재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특히 전기차 화재의 경우 피해가 내연기관차 보다 막대합니다. 전기차 화재로 우려되는 건 배터리 '열폭주'인데요. 배터리팩이 손상되면 내부온도는 1000도까지 치솟습니다.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소프트웨어가 배터리 온도가 높아지지 않게 관리하는 역할을 하지만 배터리에 손상이 발생하면 무용지물이죠.
박균성 국토부 자동차정책과 자동차안전팀장은 "배터리 핵심 장치에 한해서 정부가 사전에 안전성을 인증하는 체계로 개편하고 인증 사항 준수 여부를 지속해서 관리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