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설 연휴 직후 과자, 빵, 음료수, 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의 가격이 줄줄이 인상되면서 서민들의 가계 비용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사태, 원자잿값 상승 여파, 미국 정책금리 상승 등 요인으로 국내 물가의 불안정한 흐름이 지속됐고, 이에 따른 여파로 식음료 품목의 가격 강세는 현재까지 좀처럼 꺾이지 않는 추세입니다.
이에 정부는 물가 잡기를 연초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가용 정책을 총동원하겠다며 식품 업계에 가격 인상 자제를 당부했습니다만, 업체는 현실적으로 이에 동참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서민들의 고통만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연초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당부로 다소 잠잠했던 식음료 품목들의 가격은 설 연휴가 끝나기 무섭게 연쇄적으로 오르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도미노 인상이라 봐도 과언이 아닌데요.
30일 식품 업계에 따르면 롯데제과는 오는 2월 1일부터 제과류 및 빙과류 등 가격을 인상합니다.
가나초콜릿과 목캔디는 기존 1000원에서 1200원, 마가렛트는 3000원에서 3300원, 초코빼빼로와 꼬깔콘은 1500원에서 1700원으로 인상됩니다. 스크류바, 죠스바는 500원에서 600원으로, 월드콘, 찰떡아이스, 설레임은 1000원에서 1200원으로 오릅니다.
빙그레도 내달부터 유통 채널과의 협의를 거쳐 주요 품목의 가격을 순차적으로 올립니다. 이에 따라 일반 소매점 기준 메로나, 비비빅을 비롯한 바 아이스크림 7종과 슈퍼콘 등 아이스크림은 1000원에서 1200원으로 인상 판매됩니다.
SPC삼립은 크림빵, 단팥크림빵, 소보루빵 가격을 다음 달 1일부터 300원씩 인상합니다. 또 롤실키파운드케이크의 경우 편의점 판매가 기준 1800원에서 2000원으로 오릅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달 12일 롯데제과, 오뚜기, CJ제일제당, SPC삼립 등 12개 주요 식품제조 업체 임원진과 함께 가공식품 가격 안정화 방안을 논의한 바 있습니다. 당시 정부는 일부 식품 업체의 가격 인상 움직임이 다른 업체의 편승 인상으로 연결될 경우 민생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가격 인상 자제를 당부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권고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입니다. 인플레이션 압력에 따른 원부자재 가격, 전기·가스 요금 등 제반 경비가 전반적으로 상승한 탓입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이번 가격 인상은 원재료, 포장재 등 거의 모든 원부자재 가격이 상승한데다, 인건비, 물류비, 전기·가스 요금 인상 등 제반 경비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판단에 내려진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한 식품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방침에는 동의하지만 무작정 가격 인상을 자제하기는 쉽지 않다"며 "원부자재 가격 상승은 사실상 외생변수라 기업 차원에서 컨트롤할 수 없는 문제다. 실효성 있는 세제 혜택 등 방안 마련이 동반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향후에도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인플레이션의 상승이 전반적 물가를 끌어올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더구나 식료품 물가는 지난해 12월부터 이달까지 한파가 찾아오면서 공급 차질로 크게 오른 상황이다. 식료품 물가에 민감한 서민들의 고통이 클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장을 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