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2월 3일 16:1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한화생명(088350)이 지난해 초회보험료 기준 5조원 규모의 저축성보험을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은 일시납인 것으로 보인다. 저축성보험 만기와 해지 기한이 도래하면서 관련 자금이 대거 이탈하자 고금리 상품을 다시 꺼내 유동성 방어에 나선 결과다.
3일 월간 생명보험 통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지난해 11월 기준 일시납 방식으로 거둬들인 일반계정 수입보험료가 5조224억원이다. 고객이 내는 보험료는 납입 방법에 따라 월납, 연납, 일시납 등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일시납은 대다수 저축성보험과 연관된다.
저축성보험 상품의 구조가 한번에 내는 일시납 형태기 때문에 이는 초회보험료 항목으로 계산된다. 지난해 9월의 경우 일반계정 일시납 수입보험료가 1조5236억원이고, 저축성보험 초회보험료는 1조5320억원이다. 2021년은 각각 1조1157억원, 1조1053억원으로 확인된다. 서로 공통되지 않는 영역도 있지만 대략적으로 금액 일치율은 99% 수준이다. 즉 지난해 한화생명의 저축성보험 초회보험료 역시 5조원은 되는 셈이다.
더 정확한 수치는 생사혼합 항목으로 살펴볼 수 있다. 일반계정의 보험료수입은 크게 보장성보험과 저축성보험으로 구분되지만 개인보험과 단체보험으로도 나눠볼 수 있다. 개인보험은 △생존(연금보험) △사망(종신보험) △생사혼합 등으로 구성되는데 여기서 생존과 생사혼합 부문이 저축성보험에 속한다.
생존과 생사혼합 보험의 초회보험료 합산은 저축성보험 초회보험료에서 99.5%(회사의 지난 3년 평균치) 비중을 차지한다. 한화생명의 지난해 11월 생존과 생사혼합 초회보험료는 각각 3457억원, 4조6811억원이며 합산은 5조268억원이다. 해당 금액이 저축성보험 초회보험료의 최소 규모가 되는 셈이다. 실질 규모는 여기에 0.5% 정도가 더 붙는다.
채널별로 봤을 때 저축성보험 ‘일시납’ 상품은 주로 방카슈랑스에서 판매되며 대리점에서도 다뤄진다. 설계사 채널에서 판매하는 저축성보험은 월납 형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11월 한화생명의 채널별 초회보험료는 방카슈랑스가 3조3847억원이고 대리점이 1조7231억원이다. 앞서 9월(3분기)보다 각각 1조8950억원, 1조6150억원 늘었다. 초회보험료가 조 단위로 증가한 부문은 일시납으로 판매한 결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한화생명의 일시납 저축성보험 판매는 지난해 4분기에만 3.8조원 정도 증가했다”라면서 “저축성보험은 대다수 일시납 형태으로 판매된다”라고 설명했다.
(사진=한화생명)
지난해 보험업계는 유동성 공급 차원에서 일시납 저축성보험을 대거 판매했다. 금리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예금금리가 오르자 머니무브(대규모 자금 이동) 리스크가 커졌기 때문이다. 저축성보험은 같은 보험사는 물론 은행이나 저축은행과도 금리 경쟁을 해야만 하는 영역이다.
특히 2012년 절판마케팅을 통해 판매했던 저축성보험의 만기와 해지 가능 기간이 지난해 도래한 것이 자금 이탈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저축성보험은 10년 이상 유지할 경우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해당 기간이 지나면 해지율이 높아지는 양상을 나타낸다. 2012년 당시 세제가 개편되면서 관련 혜택이 줄어들자 많은 보험사들은 절판마케팅으로 저축성보험 판매를 크게 확대했다.
한화생명의 경우 지난해 11월 기준 보험금과 환급금으로 빠져나간 금액이 11조7016억원으로 전년 동기인 7조8833억원보다 3조8183억원(48.4%) 늘었다. 특히 만기 보험금이 1조2974억원에서 3조3884억원으로, 해지환급금이 3조1015억원에서 4조4231억원으로 증가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공시 대상이라 확인해 드릴 수 없는 숫자다. 일시납은 그것보다는 작을 것 같다”라면서 “실제로 계약을 하게 되면 성립·철회 등 변동이 많다. 한화생명은 일시납도 판매하고 있지만, IFRS17 대비해서 보장성보험 판매 비중을 훨씬 늘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